20) 上舍鄭彥訥號一蚩。羅州人。深於學問。人罕知之。每赴科場。以賦屈人。世徒知能於賦。而未嘗見其作詩。少年時遊瑞石山。次林白湖詩一聯曰。怪石夜能虎。矮松秋欲絃。足見其奇。壬辰以後遭亂漂蕩。有醉來千日少。亂後一身多之句。聞者皆稱能做出古人所未道之語。姚合贈劉叉詩一聯曰。避時曾變姓。逃亂似嫌身。與一蚩之意略同。而一蚩不喜奇詩。必不襲姚合之句。金剛經頌曰。富嫌千口少。貧恨一身多。蓋出於此也。
상사 정언눌은 호가 일치인데 나주 사람이다. 학문이 깊었으나 알아주는 이가 드물었다. 늘 과장에 나가 부로써 사람들을 굴복시켰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부에만 능한 줄 알았지 일찍이 그가 시 짓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젊었을 때 서석산에서 노닐면서 임제의 시를 차운하여 한 연을 지었다.
괴상한 돌은 밤에는 호랑이가 되고
짤막한 소나무는 가을에 거문고가 되려는 듯
그 기묘함을 족히 볼 수 있다. 임진년 이후로 떠돌아다니면서
술 마실 때는 천 날도 모자라더니
난리 뒤에는 내 한 몸도 많구나
라는 구절은 듣는 사람들이 모두, 옛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시어를 지었다고 일컬었다. 요합이 유예에게 주는 시 한 연에 이런 것이 있다.
세상을 피해 살 때에는 성을 바꾸었는데
난리를 만나니 몸뚱이 싫어지는 것 같네
일치의 뜻과 대략 같은데 일치는 기이한 시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틀림없이 요합의 시구를 따라 쓴 것을 아닐 것이다. 금강경 게송의,
돈 많을 때에는 천 사람도 적다 하더니
가난할 때에는 몸뚱이 하나도 많다 하네.
는 대개 이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