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頃有諸儒生 會話朴淵下 共賦詩 有一客 不知何許人 負筇지팡이공而至 衣冠藍縷 諸儒侮其人 謂曰 汝能作詩乎 曰 諾 遂先書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之句 諸儒相與冷笑曰 君詩何太功省 盖嘲其全用古句也 客曰 諸君勿笑 第觀結句 卽尾之曰 謫仙此句今方驗 未必廬山勝朴淵 一座大驚曰 朴淵形勢 盡於此詩 吾輩無可更賦 遂閣筆 或云 其客乃士人鄭民秀云 松都朴淵瀑布之奇壯 名於國中 余嘗親見朴淵 始識李白疑是銀河落九天之句 善形容矣 鄭順朋詩云 長恨當年李謫仙 一生廬岳眼終偏 瓊詞錯比銀河落 更把何言賦朴淵 五山車天輅詩云 削立層巒列似屛 半空驚沫吼雷霆 晴虹倒掛潭心黑 白練斜飛石骨靑 雖不用銀河二字 而晴虹白練 亦古語也 盖上詩有意味 而句卒 下詩句豪 而少意味

 

최근에 여러 유생들이 박연폭포 아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시를 짓는데, 어디 사람인지 모르는 한 나그네가 지팡이를 짚고서 이르렀다. 의관이 남루해서 여러 유생들이 그 사람을 업신여기며 말했다. “그대는 시를 지을 줄 아는가?” “그렇다.” 마침내 시를 먼저 지었다.

 

물줄기 날아 삼천 척 아래로 떨어지니

저 은하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네.

 

여러 유생들이 서로 냉소하며 말했다. “그대의 시는 어찌 그리도 공을 들이지 않았는가.” 옛 시의 구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을 조롱한 것이다. 객이, “여러분들은 웃지 마시고 단지 결구만을 보시오.”라 하고서는 즉시 끝을 맺었다.

 

이백의 이 구절이 이제 바야흐로 징험이 있으니

여산폭포가 박연폭포보다 낫다고 할 수 없으리.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가 놀라 말했다. “박연의 형세가 이 시에 다 있으니 우리들은 더 쓸 것이 없노라.” 하고서는 마침내 붓을 놓았다. 어떤 이가, “그 나그네가 곧 선비 정민수다.”라 했다. 송도의 박연폭포의 기이한 장관은 중국에까지 이름이 났다. 내가 일찍이 직접 박연폭포를 보고서 비로소 이백의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지라는 싯구가 모습을 잘 표현한 것을 알았다. 정순붕의 시.

 

옛 이태백을 길이 한하노라.

평생 여산만 알아 안목이 끝내 치우쳤구나.

아름다운 구절로 은하수 떨어지는 것을 잘못 비유했으니.

다시 무엇으로 박연폭포를 읊으려는지.

 

오산 차천로 시.

 

겹겹이 깎아 세운 절벽은 병풍처럼 서 있고

반공에 놀란 물줄기 우레처럼 우는도다.

갠 날 무지개는 검푸른 연못 가운데 거꾸로 걸렸고

바위는 푸르른데 흰 비단 비스듬히 날리네.

 

비록 은하라는 두 글자를 쓰지는 않았으나, 청홍, 백련 들 역시 고어다. 아마도 위의 시는 의미가 있으나 구절이 졸렬하고 아래의 시는 구절이 호방하나 의미가 적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14  (0) 2019.06.28
終南叢志 13  (0) 2019.06.27
終南叢志 11  (0) 2019.06.25
終南叢志 10  (0) 2019.06.24
終南叢志 9  (0) 2019.06.23


11) 天使朱太史之蕃遊漢江 作長篇一首 使首揆柳永慶次之 時 東皐以製述官代製 其句曰 漢江自古娛佳客 不能十里王京陌 遠接使西坰柳根見之 改王京二字 作長安 東皐微哂비웃을신之 及呈太史 太史大加歎賞 因拈집을염出長安二字 謂之曰 長安本非爾地語 亦萎弱 不若王京二字之爲妥 西坰聞而深愧之 東皐詩一聯曰 士羞不識龍灣路 文欲相當鳳詔臣 此寄遠接使一行詩也 恨不使是老爲儐인도할빈使 而直當鳳詔臣也

 

중국 사신 주지번이 한강을 유람하면서, 장편 한 수를 짓고는 영의정 유영경에게 차운하라고 했다. 그 때 동고가 제술관이어서 대신 지었는데, 그 싯구.

 

한강은 예부터 귀한 손을 즐겁게 하는 곳

십리도 가지 않아 서울 성안이라네.

 

원접사 성경 유근이 이를 보고서는 왕경 두 자를 고쳐서 장안이라고 하자, 동고가 슬며시 비웃었다. 태사에게 올리자 태사가 크게 탄상하면서 장안이라는 두 글자를 꼬집어서 말하기를, “장안은 본래 너희 나라 말이 아닌 데다가 말 역시 위약하니 왕경 두 자를 쓰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 했다. 서경이 듣고서는 아주 부끄러워했다. 동고시 한 연.

 

선비는 용만길 아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문장은 중국 사신을 상대코자 하네.

 

이는 원접사 일행에게 보내는 시이다. 이런 분을 시켜 원접사를 안내하게 해서 중국 사신을 상대하게 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도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13  (0) 2019.06.27
終南叢志 12  (0) 2019.06.26
終南叢志 10  (0) 2019.06.24
終南叢志 9  (0) 2019.06.23
終南叢志 8  (0) 2019.06.22

연고고 미리예 고을주 좇을종 일사 무성할번 더할가 나아갈진





10) 延興府院君 夏日 設宴于南山挹白堂 一時文章詞伯大會 東皐崔岦 亦與焉 酒瀾 主人出華牋 各置座前 要諸公吟咏 諸公勸崔先題 崔累辭不獲 遂援筆而成七言近體一首曰 避暑風流傾北海 衝泥車馬簇南山 身忘國舅衣冠右 其取家人鼎俎間 桂醞盞愁蕉葉脆무를취 氷羞盤訝水晶頑 佳招只爲憐能賦 白首其如夢錦還 五峯月沙以下皆閣筆 以今觀之 東皐之作 圓渾雄贍 固是傑作 而以五峯諸公之才 至於閣筆者 何哉 盖兩公 皆具眼者 眞知其善故耳 世之粗解押韻者 强次人韻 自以爲能 良可哂비웃을신

 

연흥부원군이 여름날에 남산의 읍백당에서 잔치를 베풀자, 당시의 문장 대가들이 많이 모였는데, 동고 최립 역시 거기에 참석했다. 거나해지자 주인이 시를 쓰는 종이를 꺼내어 각기 자리 앞에 놓고는 여러 사람들에게 시 짓기를 청하자 여러 사람들이 최립에게 먼저 지으라고 권하였다. 최립이 여러 번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드디어 붓을 잡고는 칠언근체시 한 수를 지었다.

 

더위를 피하는 풍류 북해를 기울인 듯하고

먼지 뒤집어쓰고 수레는 남산에 모였네.

자신이 국구라는 것도 잊고서는 선비들을 높이고

집안의 음식을 모두어 차렸네.

아름다운 술잔 파초잎 같아 걱정인데

소반의 차가운 음식은 수정인가 의아했네.

초대는 시를 잘 짓는 이들을 위해서인데

늙은이가 꿈속에서 비단 옷을 입고 돌아오는 꼴이라네.

 

오봉 월사를 비롯해서 모두가 붓을 놓았다. 지금 그 시를 보니, 동고의 시는 원만하고 조화를 이루고 웅장하고 넉넉하여 참으로 이는 걸작이다. 그러나 오봉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재주로도 붓을 놓게 된 것은 왜일까? 아마도 두 사람은 다 시를 볼 줄 하는 이들이어서 정말 그 시가 잘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세상에서 압운을 좀 아는 이들이 억지로 남의 운자를 차운해서 스스로 잘 지었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12  (0) 2019.06.26
終南叢志 11  (0) 2019.06.25
終南叢志 9  (0) 2019.06.23
終南叢志 8  (0) 2019.06.22
終南叢志 7  (0) 2019.06.20


9) 永平牛頭淵 山水之勝 最於畿內 昔有金胤福者 居之 金善彈琴 號琴翁 楊蓬萊士彦 刻詩巖石曰 綠綺琴 伯牙心 鍾子是知音 一鼓復一吟 冷冷虛籟起遙岑 江月娟娟江水深 語淸調古 罕世絶作

 

영평 우두연은 산수가 빼어나기로 기내에서는 최고다. 옛날에 김윤복이라는 이가 거기에 살았는데 거문고를 아주 잘 타서 호가 금옹이었다. 봉래 양사언이 바위에 이런 시를 새겼다.

 

푸른 비단 속 거문고, 백아의 마음

종자기는 지음이로다.

한 번 타고 다시 한 번 읊조리네.

냉냉한 바람소리 먼 산봉우리에서 일고

강 속의 달은 출렁출렁 강물은 깊기도 하구나.

 

말이 맑고 결조는 예스러우니 세상에 드문 걸작이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11  (0) 2019.06.25
終南叢志 10  (0) 2019.06.24
終南叢志 8  (0) 2019.06.22
終南叢志 7  (0) 2019.06.20
終南叢志 6  (0) 2019.06.19


8) 古玉鄭碏 遊山寺詩一聯曰 山如圖畫白雲外 路入招提紅樹中 許筠賞稱 語有神助

 

고옥 정작이 산사를 유람하면서 지은 시 한 연.

 

산은 그림처럼 구름 밖에 있고

길은 붉은 나무 속 절간으로 들어가네.

 

허균이 상찬했는데 시어가 신이 도와준 것 같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10  (0) 2019.06.24
終南叢志 9  (0) 2019.06.23
終南叢志 7  (0) 2019.06.20
終南叢志 6  (0) 2019.06.19
終南叢志 5  (0) 2019.06.13


7) 松江鄭澈 樂民樓詩曰 白嶽連天起 城川入海遙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世稱絶唱 而余意 樂民樓萬歲橋下等壯盛 而末句語涉低殘 且似懷古之咏 何以爲絶唱也 具眼者 自當知之

 

송강 청철의 낙민루 시.

 

백악은 하늘에 닿아 우뚝하고

성천은 멀리 바다로 들어가네.

해마다 꽃다운 풀섶 길에는

사람들이 석양에 다리를 건너네.

 

세상에서 절창이라 하나 내 생각에는 낙민루와 만세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데 끝 구절의 시어가 이렇게 저속하고 쇠잔한가 싶고, 또 회고의 읊조림인데 어찌 절창이라 하겠는가. 시를 볼 줄 하는 이는 스스로 당연히 알 것이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9  (0) 2019.06.23
終南叢志 8  (0) 2019.06.22
終南叢志 6  (0) 2019.06.19
終南叢志 5  (0) 2019.06.13
終南叢志 4  (0) 2019.06.12

6) 儒生禹鐸 工於詩 蘇齋盧守愼 嘗在江亭 與禹同坐 時 漁村落照 眞奇觀也 蘇齋欲賦詩 方沈吟 禹援筆先書一絶曰 曳照檣烏背 收紅釣岸前 半江金柱影 斜入白鶴天 蘇齋極稱善曰 雖贍如四佳 無此警語 東園金貴榮 適在座曰 彼學生 未聞有能詩聲 何其過許 蘇齋曰 君以名位論詩耶 孟浩然之微雲淡河漢 踈雨滴梧桐 爲詩家上乘 彼浩然 亦非學生乎 金憮然有慚色 余謂 俗人無具眼 又無具耳 有以時之先後 人之貴賤 輕重之 雖使李杜再生 若沈下流 亦必有輕侮者 世導可慨也

 

유생 우탁은 시에 공교로웠다. 소재 노수신이 일찍이 우탁과 강가의 정자에 앉아 있을 때 어촌에는 석양 햇빛이 내려쪼이는데 참으로 기가 막히는 광경이었다. 소재가 시를 지으려고 막 침음하고 있는데 우탁이 붓을 끌어다가 먼저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지는 해는 돛 위의 까마귀 등에 비추고

단풍은 낚시하는 언덕 앞에 물들었네.

강 가운데 금 기둥 그림자는

갈매기 나는 하늘로 빗겨 가네.

 

소재가 매우 칭찬을 하고서는, 비록 사가와 같은 넉넉한 이에게서도 이런 놀랄 만한 시어는 없었을 것이라 했다. 동원 김귀영이 마침 그 자리에 있다가는, 저 학생은 시를 잘 짓는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어찌 그리도 지나치게 인정을 하는가라 하자, 소재가, 그대는 이름으로써 시를 논하는가. 맹호연의,

 

희미한 구름이 은하수를 가리고

가랑비가 오동잎을 적시는구나.

 

라는 시는 시를 짓는 이들이 높이 올리는 것이다. 저 호연 역시 학생이 아니었던가라 했다. 김귀영이 무안해서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내 생각에는, 속인들은 보는 눈도 없고 듣는 귀도 없어 때의 선후와 사람의 귀천으로 경중을 따지고 있으니 비록 이백이나 두보가 다시 태어나 하류에 속해 있다면 역시 경멸과 모욕을 당했을 것이니 세상의 흐름을 개탄할 만하다.



'漢文學 > 詩話叢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終南叢志 8  (0) 2019.06.22
終南叢志 7  (0) 2019.06.20
終南叢志 5  (0) 2019.06.13
終南叢志 4  (0) 2019.06.12
洪길동무꽃길축제  (0) 2019.06.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