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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와 설기집 

야외 탁자 

 

지난 주 목요일 나는 한 통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따르릉을 받으니 부산의 아우의 목소리다. 언제나처럼 삐딱한 말투가 정겹다.

" 어찌 형 잘 지내우?"

"혹시 검지가 부러졌수?"

"거기는 안 춥는가베?"

그런데 오늘은 용무가 있다. 시월의 초하룻날에 어디에 있냔다. 장성이래니까 시간이 나면 광주를 가랜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가거나말거나다. 제 일이 아니고 아내의 일이란다.

"추억의 충장7080을 아느냔다."

나야 당연히 모르지. 알면 비정상이지. 말이 좋아 비정상이지 사실은 빙신이지. 그 따운 게 뭐라고 내가 알까? '축제'라는 말 자체에 벌써 벨이 꼴리는 난데, 더 말해 뭐할꼬? 그게 倭色이라........... 그래서 한때는 '祝典'이라고 쓴다고들 했는데 요새는 그것마저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니.......... 도대체 벨이 있는 족속인지, 민족인지 원 알다가도 모르겠는데 그쪽에 관심을 가졌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 게 있어?" 하니, 그래도 그가 안도 한숨을 쉰다. 모르는 게 나답다는 거다.

 

각설하고, 내용인즉슨,

무슨 주민센터에서 민속춤으로 참여를 하니 시간이 있음 함 가보라는 거다. 내 말이,

"알았어. 가고말고."

이거저거 묻다가 뒤에 계시는 계수씨께 물어서 대답하는 그가 안쓰러워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는 찰칵하려다 그래도 참새가 짹한다고,

"자네는 오능감?" 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영 신통찮다. 그래서 내 말이,

"어부인 행사에 그러코롬 나 몰라라 하고도 살아남남?" 했더니, 그가 허허거리고 만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찰칵한 데는 다 믿든 데가 있어서다. 바로 인터넷. 거기 들어가면 다 있는데 뭐.

 

그래서 '추억의 충장7080'엘 들어가 봤더니,

'전국주민센터문화프로그램경연대회'라는 게 벌써 4회째 하고 있었다.

27일부터 광주전남 예선을 30일까지 해서 5팀을 뽑고, 어제 1일에 전국참가팀 중에서 7곱팀을 뽑아 12팀이 오늘 2일에 결선을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선에서 탈락하면 곧바로 고향 앞으로라는 야그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소정에게 따르릉을 해서 의사를 타진. 1일에 올 거냐? 8일에 올 거냐?의 선택을 1일로 하라고. 소정도 두말없이 좋단다. 그래서 우리는 12시에 광주터미널에서 해후하기로 약정. 그리고 나서 내가 할일. 2일에는 딸아이 절친인 수진이가 시집을 가는 날이니 곧바로 소정은 상경해야 하니 차표를 마련하는 일이다. 다행히 6시 50분발 KTX 차표를 사놓고 룰루랄라아.

 

광주터미널에서 12시20분 소정이 함박 웃고 버스에서 내린다. <미소야>에 가서 점심을 먹고 광주지리에 잼뱅인 우리는 그냥 택시를 타니 4,800원. 행사장 입구에 내려서 걸으니 금방이다. 벌써 시간이 2시가 되어서 첫 팀이 공연 중이다. 금남공원특설무대. 소정이 잽싸게 계수씨를 찾아낸다. 2번째 공연이란다.

관객 사이를 뚫고 자리를 잡고 찰칵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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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곧바로 <선비춤>이다. 알고 보니 부산에서 예선을 통과해서 참가한 거다.(2팀) 계수씨가 출연하는 게 아니고 지도 스승이었다. 공연 순서가 두 번째라 불리하단다. 앞 공연은 항상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장하는 모습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선비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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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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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이 열둘이다. 동영상이 올라갈지 모르겠다. 잠시 쉬고오............ 파일 크기가 너무 커서 안 된단다. 별도로 카페에나 블러그에 올려야겠다.

 

여긴 동영상 자리다

 

공연을 마친 선비들이 퇴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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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충장로 여기저기를 돌아보려고 일어섰다. 처음에 맞닥뜨리는 게 희망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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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인 이 소망굴에도 <전교 1등> 관련 카드가 제일 많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성적 성적 또 성적하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서글프다.

 

돌아나와 충장로에 들어서니 예나 지금이나 도로폭은 변함이 전혀 없는데 길바닥과 양옆의 가게는 옛 모습은 전혀 없다. 화려하기 그지없다. <1등광주1등시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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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헌데 광주인화학교 사태 같은 일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6년 동안이나 뒷처리를 서로 미루고 아직도 미해결인 것을 뭐라 변명하면서 '1등광주'라 할 것인가? 그 긴긴 세월을 교육청은 뭐했으며, 광주지자체는 뭘 했다는 말인가? <도가니>가 해결했다고? 제발 이 놋쇠판을 치우든가, 아니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든가?

 

충장로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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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율동이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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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7080 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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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518의 성지 도청 자리, 한참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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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가 진동했던 그 금남로는 말이 없다. 사람들도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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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되어 그들은 결과를 보고 섭섭해 하며 그 먼 부산으로 떠나갔다. 우리도 다시 지리를 모른다는 핑게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행. 갈 때보다 요금이 거금 2천 원이나 더 나왔다. 토요일이라 퇴근길도 아닐 터인데 막히는 길 때문이라고 여기고 말자. 그래야 덜 억울할 거니까!

 

소정이 양푼비빔밥이 그립다 해서 잔머리를 굴려도 내 머리에는 없다. 장성에도 없고, 더구나 광주에는 더 말한들 뭐하랴? 그렇게 터미널에 들어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전주비빔밥집이 보인다. 옳다구나 하고 나는 소정을 잡아끌었다.

결과는 대만족. 두당 6천 냥.

 

버스를 타고 장성주차장에서 아반떼를 찾아타고 집에 오니 9시다. 연속극을 둘 보고 씻고 잠자리. 6시에 모닝콜을 해 놓고 꿈나라.

 

6시에 일어나 출발. 소정은 아버지께 참 죄송해 한다. 며느리가 그냥 불쑥 왔다가 가는 게 그렇단다. 나는 그럴 거 전혀 없다고 하지만 위로가 될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차 안에서 먹으라고 삶은 밤, 물 한 병을 안겨서 보내니 한결낫다. 짐이 많아서, 무거워서 안 됐지만 호박 둘, 송편 한 되를 들려 보냈다.

 

그렇게 KTX는 가고.............

 

추억의 충장7080 이모저모.

희망&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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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간절히 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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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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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르신 무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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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매달려서 뭘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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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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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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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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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황선생과 약속한 시간에 따르릉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하고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따르릉을 꺼내드니 전화가 와 있다. 신호 음악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확인을 누르고 대답을 하니 황선생 목소리가 거기 들어있다. 따르릉을 확인해 보니 진동이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전화를 꺼내든 거다.

 

장소가 어디냐신다. 제각 앞에 와 있단다. 10시에 통화를 하고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니 그제서야 기억이 나신단다. 그걸 깜박하신 거다. 나는 따르릉을 집에서 기다리고 황선생은 벌써 와서 기다리신 형국이 된 것이다. 통화를 마치고 부지런히 걸어서 동구 밖에 이르니 우람한 그 갤로퍼가 오고 있다.

탑승하고 출발.

여뀌밭 옆에 주차를 하고 산판로를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다가 소정상의 편편한 곳에 올라 한숨을 돌리며 장성시가지를 내려다보고, 복분자주도 한 모금씩 하고 땀을 식히고 출발. 바로 밑 벌안이 목적지다. 지난 주에 몇 개체를 봤으니 이제는 개화한 개체가 꽤 여럿 있겠거니 하고 기대를 잔뜩 하고 눈을 두리번거려도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다. 웬일일까?

 

지난 주에 봤던 곳을 유심히 봐도 없다. 어! 그러데 이게 웬일인가? 군데군데 많이 파헤쳐져 있다.

말 그대로 망연자실! 어느 인간이 파 가 버린 거다. 온 벌안을 둘이서 둘러봐도 개화한 개체는커녕 꽃대를 내민 대궁도 찾기가 힘들다. 겨우겨우 찾아낸 꽃대 둘. 그중 그래도 실한 것이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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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과 분노. 아마도 모야생화모임 소속인들의 소행일 거다. 그곳을 아는 이들이란 그들밖에 없으니 말이다. 후회막급니다. 두 해 전 그곳을 처음 발견하고 그들을 대동하고 갔던 것이 불찰이다. 한두 그루도 아니고 온 벌안에 돋아난 개체를 모조리 쓸어간 흔적이 역역하다. 한 사람이 온 것도 아닌 성 싶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싹쓸이해 간 거다. 그런 이들이 무슨 야생화연구회팀인가?

 

우리 둘은 솟구치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 유두문자가 막 튀어 나온다. 마지막으로 내 말이,

"자손대대로 잘 먹고 잘 살아라."

황선생이 곁에서 웃는다. 어처구니가 없어 할 수 없이 2주 후를 기약하고 하산할 수밖에.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2주 후에도 이 지경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도사린다. 제발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내려와서 주차장에서 황선생은 한 대 꼬나무시고, 나는 울타리에 야생화를 더듬는다. 꿩대신 닭이라고 이거라도 주워 가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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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요등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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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정벌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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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녀석을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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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녀석은 아직은 덜 자라 먹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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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당랑이 배가 터질 지경 알을 안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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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은 거미줄에 매달려 있다 명재경각 아는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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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질빵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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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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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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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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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수입종 수수?

한우촌에서 막걸리 한 사발, 애호박찌개 한 그릇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그래도 아쉬워서 유탕골에 들렸으나 허사다. 댐을 확장한다고 도로를 높이는 공사덕에 길이 온통 파헤쳐져서 그 길가 물매화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거다. 실망에 실망. 그리고 얻은 것이 바로 위의 수입종 수수대가리다. 황선생은 나를 토끼들을 거쳐 그 피투성이의 논을 보여주시고 집에 데려다 주고 가시고 나는 이렇게 허무한 후기를 끄적거리고 있다.

 

원,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다 있을까? 에이 밉다 밉다 또 밉다.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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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착

국밥집

황선생 뭔가에 홀리셨다아?

조는 오리가 불쌍하다(?)

약초꾼 할아버지 한가하시다. 삽주를 물었더니 없다신다. 낙엽이 져야신다

바리스타가 다시 등장? 옛 그 바리스타시다. 오천 원짜리 하나, 천 원짜리 넷을 동시에 내밀고 필요한 만큼 빼가시라 바디랭귀지로 전달했는데, 달랑 천 원 한 장만 빼가신다. 내가 의아해 하니 하는 말씀,

"날도 추운데 이거면 충분하지라!"

갑절로 비싼 냉커피 뭐 먹을 거 있나는 야그다. 따끈따끈한 커피 두 잔 말아주고는 점심 식사에 열중? 돈 욕심이 없으시댄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따끈커피 두 잔.

 

집에 오니 윗집 빈 터에 단감이 많이 붉어졌다. 감도 우는 것일까? 눈물이 볼에 데롱데롱.

그 감나무 밑에는 깜찍한 까마중이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이거는 우리집 화단에 돋아난 말 그대로 야생화다. 이름은 오리무중? 빗속이라(이건 순 변명) 핀이 갔다.

 

내일 10시에 물매화 탐사를 해 보기로 했다. 우리를 불러다 맛있는 인삼차를 주신 유인당님 복받으시어 늘 건강하게 사시라!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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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10분 전. 탐사준비를 하고 부르릉 출발. 내가 나가도 설기는 시큰둥이다. 그는 내가 지를 데리고 갈지, 아니면 나만 갈지를 귀신같이 안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움직이면 본 체 만 체다. 그야말로 가거나 말거나다.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해서 느릿느릿 가니 뒤에서 오는 차가 속이 터지나 보다. 추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빵빵거리기도 그런가 보다. 성산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다. 지난 번에 버스로 떠났기 때문에 나는 버스 정류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그러나 황선생과 충식 군은 한우집 마당에서 기다린 모양이다. 10분이 지나도 보이지를 않아서 따르릉을 하니 그렇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서 내 차에 동승하고 출발.

 

천천히 가면서 내가 묻는다. 삼거리 길에서,

"오른쪽으로 갈까요? 왼쪽으로 갈까요?"

충식 군왈,

"당연히 오른쪽 길이지요."

그래서 나는 새로 난 1번국도로 올라섰다. 내색시가 좋아하는 길을 따라 남창계곡길로 접어드니 한산하기 그지없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차 한 대가 없다. 다만 우리뿐이다. 주차를 해 놓고 도로로 올라서니 그곳에 고마리가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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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넘어서려는데 왼쪽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황선생께서 물으신다. 무슨 나무냐고? 내 눈에는 누리장나무처럼 보여서 그랬더니 그 밑에 수명표가 붙어있다. '예덕나무' 씨앗도 까많게 달려 있다. 내 눈에는 비슷해서 항상 헷갈린다. 그 말은 아직은 확실히 알지를 못한다는 말이다.

계곡길로 접어드니 여기 저기 물봉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양이 마귀할멈 같다고 했더니 과연 그럴까 하신다. 직접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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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시면 아마도 마귀할멈 얼굴이 보일 것이다. 마음씨 고운 이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봄의 산과 가을의 산은 판이하다. 생기에 넘쳐 움터오는 봄에는 눈을 돌리는 대로 꽃들이 보이는데 가을의 산에는 그저 을씨년스런 분위기라서 그런지 아무리 둘러봐도 올라갈수록 꽃은 없다. 오로지 보이는 것은 개여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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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우리는 다리를 건너 삼거리에서 잠시 쉰다. 그리고 배낭을 뒤진다. 나오는 것은 간식이다. 황선생께서 구워오신 밤 네 알과 초코우유 한 병이 내몫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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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맛있게 먹고는 황선생께서는 우리보다 한 가지 더 드신다. 구름사탕 한 두름.

돌길을 걷자니 참 불편하다. 그런데도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숲속길에는 우리 외는 아무도 없다.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보다. 한참을 가다가 황선생께서 한 건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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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열매일까? ---> 참회나무

걷고 걸어서 드디어 우리는 남문을 통과. 입암산성에 입성. 잠깐 다리를 쉬면서 충식 군이 캔맥주를 하나씩 배급을 한다. 맛있게 마시고 빵도 하나씩 감추고,그리고 의논이 되돌아가기로 한다. 내가 착각을 해서 습지를 간다는 것을 길을 잘못 든 거다. 아까 잠깐 다리를 쉬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얀단다.

 

그래서 우리는 되돌아서 내려오고 만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한 컷 찰칵. 이삭여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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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낯선 열매를 또 만난다. 이름을 모른다는 말이다. ---> 누리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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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약간 앞서서 내려오다 보니 일행과 꽤 앞섰나 보다. 뒤돌아봐도 보이지를 않는다. 그 삼거리에 오니 산행을 오신 두 분이 쉬고 계신다. 나도 앉아서 땀을 식히려니 일행이 한 5분 후에 도착. 황선생 왈,

"산행에서 참 얄미운 사람, 먼저 와서 쉬다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출발하자고 하는 사람. 설마 김선생께서는 출발하자고 안 하시겠지요?"
내 말이,

"회식을 하면 술을 먼저 마시고는 다른 사람 다 마시고 먹고 끝나갈 때서야 밥먹어야 한다고 밥뚜껑을 여은 사람도 참 얄밉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한참을 쉬다가 습지가 있다는 왼쪽길로 접어들었다. 습지에는 물매화가 있겠거니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먼저 출발한 우리는 쉬엄쉬엄 가고 뒤늦게 출발한 다른 등산객 둘은 우리를 앞지르고........ 돌길을 지나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셋 지나니 그곳에 평지같은 흙길이, 삼나무 숲이 우리를 반긴다. 황선생과 나는 그냥 좋다를 연발한다. 오른쪽에 돌탑이 두세 개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도 눈에 안 들어온다. 한참을 올라가니 낯익은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투구꽃과 개승마를 찾았던 몇해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물찾기를 해도 없다. 그래도 찾아 헤매니 뭔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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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갈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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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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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천남성 열매다 나중에 빨갛게 익는다

주위에는 뻐꾹나리가 열매를 달고 지천으로 널려 있다. 7,8월 꽃이 필 때 오겠다던 다짐을 잊고 이제서야 또 왔으니 꽃은 없고 열매만 있다. 황선생과 나는 내년에 때를 맞추기로 입을 맞추고..........

 

드디어 습지에 들어서기는 했는데 웬걸, 기대했던 물매화는 어느곳에도 없다. 다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쑥부쟁이, 참취, 기름나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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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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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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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아무리 찾아도 물매화는 흔적도 없다. 두 분을 먼저 가시라고 하고 나는 다시 꼼꼼히 둘러봐도 없다. 실망 또 실망. 몇 해 전에 봤으니 그동안 개체수가 없어져 버린 것인가? 내가 너무 빨리 온 것인가? 단념하고 돌아서 나오니 두 분은 길가 바위 위에 앉아 쉬고 계신다.

터벅터벅 내려오는 발길이 무겁다. 5시간쯤 걸었을 거다. 중간에 황선생 왈,

"충식아, 내 백 작은 주머니에서 담배 좀 꺼내 주라."

꺼내 주고 멀찍이 물러앉았던 충식 군이 다시 다가간다. 왤까?

"꺼내 주었으니 넣어도 주어야지."

"야아, 오늘 충식이 서비스가 만점이네에....."

"기왕에 하는 거 다하지 뭐."

그렇게 황선생은 기분좋게 한 대 꼬나무시고, 우리는 농담반 진담반.

"나는 담배를 37년 피웠는데도 담배냄새가 싫다."

"나도 17년을 피웠는데 끊은 지 딱 30년."

"저런.... 나는 끊은 지 8년."

황선생 왈,

"이 담배가 약한가 봐요. 냄새가 덜 나거든요. 내색시도 냄새 안 난다고 하고, 내 딸도 안 난댑니다."

나도 황선생이 담배를 피우는 줄은 알지만 같이 차를 타도 그렇게 역겨운 담배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다. 그말이 맞기는 맞나 보다.

 

내려오는 길에서 등산객을 7분을 더 만났다. 우리는 내려오고 그들은 올라가고. 인사를 받는 이도 있고, 같이 인사하는 이도 있고, 인사를 해도 들은 척도 아니하는 이도 있었다. 자라온 환경 탓이겠지 아마도.

 

주차장에 내려와 차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충식 군이 쐐기를 박는다.

"오늘은 점심을 내가 살 테니까 누가 내느니 안 내느니 하지 마세요."

우리 둘은 할 말이 없다. 그저 황선생이 한 말씀하신다.

"오늘 정말 충식이 서비스가 끝까지 좋아뿌네잉."

그렇게 해서 우리는 댐 위의 탕집엘 갔다. 나는 핸들을 잡는다는 핑게로 알콜을 사양하고, 두 분이서 소주 한 병에 맥주로 간을 맞추어 드시고 배가 넉넉하게 탕을 먹고 그리고는 주인장이 타 주시는 커피까지 마시고 일어섰다. 오는 길에 조각공원엘 가려다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황선생 말씀에 나는 그만 흥미를 잃어 그냥 통과하고 말았다. 성산에 와서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고 각자 집앞으로 가아.

 

오늘도 정말 즐겁고 유쾌한 하루다. 내 말이,

"이렇게 판판 놀고도 밥이 입에 들어가니 내 팔자도 참 좋오타아!"다. 모든 이에게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점심으로 호박부침개를 해서 먹고 나니 나른해서 한 잠 콕하고 나도나른하고 무료하다. 생각 끝에 찰칵을 들고 설기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에 나섰다.

우리 마을은 산 비탈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서 읍내이면서도 조용하다. 조용한 까닭은 대한민국 촌락이 다 그러겠지만 마을에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없는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을 개울을 따라 계곡 쪽으로 가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그래도 햇볕은 따갑다. 여름 햇볕은 무덥고 가을 햇볕은 따갑다는 말이 실감난다. 설기란 녀석은 앞서서 제 할일 하기게 바쁘다. 무얼 그렇게 땅에서 찾는지 원... 알 수가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면서도 내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실수가 없다. 길가에는 내 눈을 자극하는 야생화들이 이제는 시들어가 가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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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매 이름이 뭘까? 피라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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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여뀌다. 핀이 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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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고마리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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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 꽃이고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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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감 농장에는 대봉시도 이제는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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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기도 한 둥근잎유홍초가 아직도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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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는 또 얼마나 고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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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흔해 터진 망초라고 이 가을에 질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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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는 또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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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팔꽃이 애처롭다. 나팔꽃과는 달리 이 녀석은 한낮에도 꽃잎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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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들배기

걸어서 갔다왔으니 그래도 꽤는 시간을 보냈으련만 설기란 녀석 대문 앞에 와서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데도 양에 차지 않는 나들이였나 보다. 들어오지를 않고 뺑소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불러도, 손뼉을 쳐도 감감무소식이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혹시 오는 길에 고양이를 쫓아갔는데 그만 그 고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버려서 닭쫓던 개꼴이었던 설기가 그게 생각이 나서 거기로 갔나 하고 찾아가 봤더니 그 골목에서 나온다. 설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나만 보면 같이 놀잔다. 개도 혼자 키우면 안 될 거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보다. 사람만 보면 짖고 가서 꼬리를 흔들고 한다. 사람 손이 그리운 걸로 봐서 아직도 성견은 아닌 모양이다. 칠 개월을 지난 지가 이제 보름이나 지나가는데.........

 

오늘도 이렇게 시골의 하루는 간다.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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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잠들기 전에 찰칵을 챙겨 놓았다. 오늘 아침에 물매화를 만나러 가려는 거다.

아침 일찍부터 설기란 녀석이 길가에까지 나가 이재산성으로 길을 잡은 등산객들이 낯선지 짖어댄다. 아마도 너무 일러 아침잠을 설치는 이웃이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설기를 안 풀어놓을 수도 없지 않은가?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치우고 나니 7시가 넘어 해가 다 떠올랐다. 중무장을 하고 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오늘은 설기를 데리고 나섰다. 물매화가 피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벌써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개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혹시나 하고 나서기로 마음먹은 거다. 가서 꽃이 개화를 했으면 황선생께 연락을 할 참이었다.

설기란 녀석이 잘도 따라온다. 오늘은 제 길로 가지 않고(가는 길에 개가 여러 마리 있어서 설기와 싸울까 봐서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게 고생길일 줄이야 미처 몰랐다. 온통 산에 나무가 우거져 길이 없다. 그래도 설기는 잘도 빠져나간다. 등에는 찰칵을 짊어지고 왼손에는 삼각대, 오른손에는 전정가위를 들었다. 가시가 나오면 자르고 가지가 앞을 가로막아도 자르고, 그렇게 앞으로 나가도 길은 없다.

고생 고생 끝에 할 수 없이 벌목용으로 닦아놓은 길로 올라섰다. 진즉 이 길로 들어섰으면 고생을 덜 하련만 질러가겠다고, 잘났다고 들어선 숲길이 바로 고생길이었다. 한참을 돌아드니 낯익은 산 꼭대기에 올라선다. 그 아래 내가 가려는 벌안이 그제서야 보인다.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개화를 했으면 여기저기 하얀 꽃이 눈인사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눈인사는커녕 줄기인사도 없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한두 개 꽃대를 찾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은 웃으려면 멀었다. 아마도 한 주, 아니면 두 주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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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중 앞서 나온 녀석들이다. 혹시나 하고 온 산을 다 뒤지며 오르락내리락 해도 없다. 웃는 녀석은 없다. 다음을 기약해야지 어쩔 것인가?

 

되돌아 나오면서 길가에서 다른 녀석들 이삭줍기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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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은 무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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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주홍서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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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취가 이슬에 젖어 햇빛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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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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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쥐오줌풀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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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에 실망한 눈을 들어 멀리 보니 연무가 소나무 너머로 산을 가리고 있다. 아침의 성산쪽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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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이름을 모른다. 생김새는 꿀풀 비슷한데 크기도 작고 우선 계절이 맞지를 않는다

 

산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가를 기웃거린다. 거기에도 어김없이 야생화는 있다. 흔하다고들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참 곱기도 한 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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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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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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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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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서니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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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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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인동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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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밖에 오니 곁의 밭에 둥근유홍초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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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는 나락이 늘어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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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서는 작은 교량 직전에, 아침 저녁이면 설기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설기가 응가하는 풀덤풀에 나팔꽃이 곱게도 피어 있다. 누가 이 나팔꽃을 흔하다고 홀대할 것인가? 곁의 잎에는 아침이슬이 또렷이 남아 있어 나팔꽃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저 이슬 지면 나팔꽃도 다물고 말아........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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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이름 모르던 녀석은 가는잎산들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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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설기를 데리고 뒷산에 올라 빗방울 맺힌 수풀을 헤치고 찰칵을 들이댔다. 결과는 별무신통. 초점이 대부분 맞지를 않아 예쁜 며느리밥풀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아이구,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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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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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취

사진을 손질하는데 따르릉이 울린다.

"접니다. 좀 일찍 가도 될까요?"

"얼마나 일찍요? 물론 좋아요. 11시"

정신을 피시에 쏟고 있는데 누가 밖에서 부른다. 황선생이시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9시반에 따르릉을 받았으니 한 시간 반이 그 사이에 금방 가 버린 거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그만 "아니 벌써?" 그러고 만 거다. 한 곳에 빠지면 학생때부터 내가 그렇다.

황선생께서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신다. 내 눈에 그래머 여성이 색안경을 끼고 있는 포즈다. 보여 주시면서 황선생 왈,

"하도 황당해서 말좀 들려드리려구요."다.

듣고 보니 참 황당하기도 하다. 황선생 표현대로 '들이대는' 막무가내타입 그 자체인 게 분명해 보인다. 민속놀이 현장에서였다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따끈한 커피 한 잔씩을 하고는 찰칵을 챙겨들고 출발.

장성육교를 넘어가다가 그만 얘기에 정신이 팔려 제 길을 놓치고 말았다. 그 촌스런 조명을 한 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해서 가는데 내 눈에 붉은 꽃잎이 들어온다. 한참을 지나쳐서 내가 황선생께 부탁.

"시간도 많은데 차를 돌려 그 꽃을 좀 구경하고 가시지요."

"그러지요."

<둥근잎유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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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잎유홍초5-9822.jpg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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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돌아오니 강에는 어리연이 멀다. 24-70렌즈밖에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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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곁에서 황선생께서 땅개비 부부를 발견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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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길에는 동부가 보인다. 황선생께서 내 말을 듣고 껍질을 벗기니 까만 동부알이 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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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문화원에 들러 예의 그 사진을 맡기고 가자신다. 나는 차 안에 남아서 그 짧은 시간에도 무료해서 한 컷 찰칵. 누구의 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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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시장에 오니 오늘은 시장같다. 제법 사람들이 복작인다. 참 다행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느냐고 황선생께서 길을 달리 잡으신다. 내가 잠시 뻥했더니 황선생 왈,

"제가 바로 참샙니다." 하신다. 얘긴즉슨 생선가게에 들르자는 거다. 스윽 돌아보시더니 기분 좋으시댄다. 첫눈에 가게 아주머니가 보고는 웃었단다. 오늘 같은 날은 복권을 사야 한다고 농이시다. 갈치를 만 원어치나 사들고, 맨날 가는 할머니를 찾아가서 마늘도 한 보시기 사고, 호박도 하나 사로 그러고는 돌아서 국밥집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마자 웬 4분의 나이 듬직하신 어르신들이 들이닥치는데 아마도 전주가 있으신가 꽤는 떠들썩하다. 주문을 하시는데 네 분이 각자 말씀을 소리높여 하시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달덩이 주인께서 한 마디로 정리하시고 가신다.
"국밥 안주 하나에 소주 한 잔 하시겠다고라우?"

한 마디에 그만 그 시끄럽던 주문이 조용하다. 황선생과 나는 서로 보고는 씩 웃고 만다.

우리도 황선생 소시적 얘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걸치고 국밥을 만나게 먹고는 일어서는데 내 눈에 배추더미가 들어온다. 가만 있을 수 없지 뭐. 찰칵도 손에 있겠다. 그냥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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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있게도 생겼다. 포샵을 잊어서 한쪽이 그렇다

 

달구지를 찾아오니 천변에 물이 아니 하수구에서 하얀 물이 쏟아지고 있다. 냄새는 나는데 그 물 빛은 맑다. 밑에 가라앉아서 그럴까? 해오라비 한 녀석이 그만 다리 사이로 숨고 만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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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바리스타를 찾다가 없어서 성당 으로 가기로 의견일치를 보고 출발. 차에서 내리니 삼대(? 황선생 표현)가 눈에 들어와 또 한 컷. 만족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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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뭘 말하는지는 퀴즈다. 아시면 댓글에 올리시기를..........

 

계단 앞에 와서야 생각이 미친다. 월요일은 쉬는 날인 걸. 미련없이 돌아선다. 역앞 옛 미월당 자리에 있는 커피집으로. 가서 커피는 황선생께서 사시고............. 그냥 어쩌다 역사 얘기가 나와서는 어줍잖은 실력으로 그만 <삼국사기> <삼국유사>까지 언급하고 말았다.

 

황선생께서는 나를 우리 마을 정자 앞 다리까지 데려다 주시고 가시고,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설기가 길길이 뛴다. 놀아달라는 거다. 잠시 들여다보고 돌아서니 포기가 빠른 설기도 돌아서서는 먹이를 먹으러 간다.

다섯시 반에 설기를 데리고 슬슬이를 타고 나서는데 빗방울 하나둘 듣는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기왕 나선 길 --- 짧게 한 바퀴 돌고 와도 설기는 좋단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가고 이렇게 후기를 남긴다. 황선생께 감사.

출처 : 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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