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호박부침개를 해서 먹고 나니 나른해서 한 잠 콕하고 나도나른하고 무료하다. 생각 끝에 찰칵을 들고 설기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에 나섰다.

우리 마을은 산 비탈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서 읍내이면서도 조용하다. 조용한 까닭은 대한민국 촌락이 다 그러겠지만 마을에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없는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을 개울을 따라 계곡 쪽으로 가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그래도 햇볕은 따갑다. 여름 햇볕은 무덥고 가을 햇볕은 따갑다는 말이 실감난다. 설기란 녀석은 앞서서 제 할일 하기게 바쁘다. 무얼 그렇게 땅에서 찾는지 원... 알 수가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면서도 내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실수가 없다. 길가에는 내 눈을 자극하는 야생화들이 이제는 시들어가 가는 게 많다.

1-2.jpg

이 열매 이름이 뭘까? 피라칸타?

개여뀌-2.jpg

이건 개여뀌다. 핀이 좀 갔다

고마리-2.jpg

분홍색 고마리가 참 예쁘다

구기자1-2.jpg

 

구기자2-2.jpg

 

구기자-2.jpg

구기자 꽃이고 열매다

대봉시-2.jpg

누군가의 감 농장에는 대봉시도 이제는 익어가고 있다

둥근잎유홍초1-2.jpg

곱기도 한 둥근잎유홍초가 아직도 피고 있다

뚱딴지-2.jpg

뚱딴지는 또 얼마나 고운지?

망초-2.jpg

여기저기 흔해 터진 망초라고 이 가을에 질쏘냐?

벌개미취-2.jpg

벌개미취는 또 어떻고?

애기나팔꽃-2.jpg

애기나팔꽃이 애처롭다. 나팔꽃과는 달리 이 녀석은 한낮에도 꽃잎을 연다

왕고들배기-2.jpg

왕고들배기

걸어서 갔다왔으니 그래도 꽤는 시간을 보냈으련만 설기란 녀석 대문 앞에 와서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데도 양에 차지 않는 나들이였나 보다. 들어오지를 않고 뺑소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불러도, 손뼉을 쳐도 감감무소식이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혹시 오는 길에 고양이를 쫓아갔는데 그만 그 고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버려서 닭쫓던 개꼴이었던 설기가 그게 생각이 나서 거기로 갔나 하고 찾아가 봤더니 그 골목에서 나온다. 설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나만 보면 같이 놀잔다. 개도 혼자 키우면 안 될 거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보다. 사람만 보면 짖고 가서 꼬리를 흔들고 한다. 사람 손이 그리운 걸로 봐서 아직도 성견은 아닌 모양이다. 칠 개월을 지난 지가 이제 보름이나 지나가는데.........

 

오늘도 이렇게 시골의 하루는 간다.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어제는 잠들기 전에 찰칵을 챙겨 놓았다. 오늘 아침에 물매화를 만나러 가려는 거다.

아침 일찍부터 설기란 녀석이 길가에까지 나가 이재산성으로 길을 잡은 등산객들이 낯선지 짖어댄다. 아마도 너무 일러 아침잠을 설치는 이웃이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설기를 안 풀어놓을 수도 없지 않은가?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치우고 나니 7시가 넘어 해가 다 떠올랐다. 중무장을 하고 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오늘은 설기를 데리고 나섰다. 물매화가 피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벌써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개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혹시나 하고 나서기로 마음먹은 거다. 가서 꽃이 개화를 했으면 황선생께 연락을 할 참이었다.

설기란 녀석이 잘도 따라온다. 오늘은 제 길로 가지 않고(가는 길에 개가 여러 마리 있어서 설기와 싸울까 봐서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게 고생길일 줄이야 미처 몰랐다. 온통 산에 나무가 우거져 길이 없다. 그래도 설기는 잘도 빠져나간다. 등에는 찰칵을 짊어지고 왼손에는 삼각대, 오른손에는 전정가위를 들었다. 가시가 나오면 자르고 가지가 앞을 가로막아도 자르고, 그렇게 앞으로 나가도 길은 없다.

고생 고생 끝에 할 수 없이 벌목용으로 닦아놓은 길로 올라섰다. 진즉 이 길로 들어섰으면 고생을 덜 하련만 질러가겠다고, 잘났다고 들어선 숲길이 바로 고생길이었다. 한참을 돌아드니 낯익은 산 꼭대기에 올라선다. 그 아래 내가 가려는 벌안이 그제서야 보인다.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개화를 했으면 여기저기 하얀 꽃이 눈인사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눈인사는커녕 줄기인사도 없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한두 개 꽃대를 찾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은 웃으려면 멀었다. 아마도 한 주, 아니면 두 주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물매화1-9866.jpg

 

물매화4-9875.jpg

 

물매화5-9878.jpg  

이게 그중 앞서 나온 녀석들이다. 혹시나 하고 온 산을 다 뒤지며 오르락내리락 해도 없다. 웃는 녀석은 없다. 다음을 기약해야지 어쩔 것인가?

 

되돌아 나오면서 길가에서 다른 녀석들 이삭줍기를 하기로 했다.

무릇-9869.jpg

 이 녀석은 무릇이다

서나물-9896.jpg

이 녀석은 주홍서나물이다

참취-9907.jpg

참취가 이슬에 젖어 햇빛에 반짝인다

층층잔대-9868.jpg

층층잔대

오줌풀-9904.jpg

아마도 쥐오줌풀일 거다

연무소나무-9894.jpg 

물매화에 실망한 눈을 들어 멀리 보니 연무가 소나무 너머로 산을 가리고 있다. 아침의 성산쪽 산이다

 1-9901.jpg

이 녀석은 이름을 모른다. 생김새는 꿀풀 비슷한데 크기도 작고 우선 계절이 맞지를 않는다

 

산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가를 기웃거린다. 거기에도 어김없이 야생화는 있다. 흔하다고들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참 곱기도 한 꽃들이다.

개여뀌1-9914.jpg

개여뀌

고마리1-9912.jpg

붉은고마리

고마리-9909.jpg

흰고마리

꼭두서니열매-9913.jpg

꼭두서니 열매

며느리배꼽-9911.jpg

며느리배꼽

인동-9916.jpg

이 가을에 인동도 피었다

둥근잎유홍초5-9929.jpg

동구밖에 오니 곁의 밭에 둥근유홍초가 곱다

나락-9924.jpg

논에는 나락이 늘어져 있고

나팔꽃-9930.jpg

마을로 들어서는 작은 교량 직전에, 아침 저녁이면 설기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설기가 응가하는 풀덤풀에 나팔꽃이 곱게도 피어 있다. 누가 이 나팔꽃을 흔하다고 홀대할 것인가? 곁의 잎에는 아침이슬이 또렷이 남아 있어 나팔꽃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저 이슬 지면 나팔꽃도 다물고 말아........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중간의 이름 모르던 녀석은 가는잎산들깨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입암산성탐사후기0926  (0) 2011.09.27
[스크랩] 동네한바퀴0924  (0) 2011.09.24
[스크랩] 0919하루일정  (0) 2011.09.19
[스크랩] 3박4일나드리  (0) 2011.09.19
[스크랩] Tolerance  (0) 2011.09.16

아침에 일어나 설기를 데리고 뒷산에 올라 빗방울 맺힌 수풀을 헤치고 찰칵을 들이댔다. 결과는 별무신통. 초점이 대부분 맞지를 않아 예쁜 며느리밥풀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아이구, 아까워......."

이질풀-9801.jpg

이질풀

참취-9810.jpg

참취

사진을 손질하는데 따르릉이 울린다.

"접니다. 좀 일찍 가도 될까요?"

"얼마나 일찍요? 물론 좋아요. 11시"

정신을 피시에 쏟고 있는데 누가 밖에서 부른다. 황선생이시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9시반에 따르릉을 받았으니 한 시간 반이 그 사이에 금방 가 버린 거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그만 "아니 벌써?" 그러고 만 거다. 한 곳에 빠지면 학생때부터 내가 그렇다.

황선생께서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신다. 내 눈에 그래머 여성이 색안경을 끼고 있는 포즈다. 보여 주시면서 황선생 왈,

"하도 황당해서 말좀 들려드리려구요."다.

듣고 보니 참 황당하기도 하다. 황선생 표현대로 '들이대는' 막무가내타입 그 자체인 게 분명해 보인다. 민속놀이 현장에서였다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따끈한 커피 한 잔씩을 하고는 찰칵을 챙겨들고 출발.

장성육교를 넘어가다가 그만 얘기에 정신이 팔려 제 길을 놓치고 말았다. 그 촌스런 조명을 한 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해서 가는데 내 눈에 붉은 꽃잎이 들어온다. 한참을 지나쳐서 내가 황선생께 부탁.

"시간도 많은데 차를 돌려 그 꽃을 좀 구경하고 가시지요."

"그러지요."

<둥근잎유홍초>

둥근잎유홍초8-9825.jpg

 

둥근잎유홍초5-9822.jpg

 

나팔꽃

나팔꽃-9829.jpg

 

다리에 돌아오니 강에는 어리연이 멀다. 24-70렌즈밖에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어리연-9842.jpg

 

다리 곁에서 황선생께서 땅개비 부부를 발견하시었다

땅개비부부-9837.jpg

 

또 길에는 동부가 보인다. 황선생께서 내 말을 듣고 껍질을 벗기니 까만 동부알이 보기도 좋다.

동부손-9836.jpg

가는 길에 문화원에 들러 예의 그 사진을 맡기고 가자신다. 나는 차 안에 남아서 그 짧은 시간에도 무료해서 한 컷 찰칵. 누구의 찰까?

문화원1-9811.jpg

 

황룡시장에 오니 오늘은 시장같다. 제법 사람들이 복작인다. 참 다행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느냐고 황선생께서 길을 달리 잡으신다. 내가 잠시 뻥했더니 황선생 왈,

"제가 바로 참샙니다." 하신다. 얘긴즉슨 생선가게에 들르자는 거다. 스윽 돌아보시더니 기분 좋으시댄다. 첫눈에 가게 아주머니가 보고는 웃었단다. 오늘 같은 날은 복권을 사야 한다고 농이시다. 갈치를 만 원어치나 사들고, 맨날 가는 할머니를 찾아가서 마늘도 한 보시기 사고, 호박도 하나 사로 그러고는 돌아서 국밥집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마자 웬 4분의 나이 듬직하신 어르신들이 들이닥치는데 아마도 전주가 있으신가 꽤는 떠들썩하다. 주문을 하시는데 네 분이 각자 말씀을 소리높여 하시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달덩이 주인께서 한 마디로 정리하시고 가신다.
"국밥 안주 하나에 소주 한 잔 하시겠다고라우?"

한 마디에 그만 그 시끄럽던 주문이 조용하다. 황선생과 나는 서로 보고는 씩 웃고 만다.

우리도 황선생 소시적 얘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걸치고 국밥을 만나게 먹고는 일어서는데 내 눈에 배추더미가 들어온다. 가만 있을 수 없지 뭐. 찰칵도 손에 있겠다. 그냥 한 컷.

배추-9843.jpg

참 맛있게도 생겼다. 포샵을 잊어서 한쪽이 그렇다

 

달구지를 찾아오니 천변에 물이 아니 하수구에서 하얀 물이 쏟아지고 있다. 냄새는 나는데 그 물 빛은 맑다. 밑에 가라앉아서 그럴까? 해오라비 한 녀석이 그만 다리 사이로 숨고 만다. 아쉽다.

배추-9844.jpg

 

커피바리스타를 찾다가 없어서 성당 으로 가기로 의견일치를 보고 출발. 차에서 내리니 삼대(? 황선생 표현)가 눈에 들어와 또 한 컷. 만족스럽지 못하다.

삼대-9848.jpg

삼대가 뭘 말하는지는 퀴즈다. 아시면 댓글에 올리시기를..........

 

계단 앞에 와서야 생각이 미친다. 월요일은 쉬는 날인 걸. 미련없이 돌아선다. 역앞 옛 미월당 자리에 있는 커피집으로. 가서 커피는 황선생께서 사시고............. 그냥 어쩌다 역사 얘기가 나와서는 어줍잖은 실력으로 그만 <삼국사기> <삼국유사>까지 언급하고 말았다.

 

황선생께서는 나를 우리 마을 정자 앞 다리까지 데려다 주시고 가시고,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설기가 길길이 뛴다. 놀아달라는 거다. 잠시 들여다보고 돌아서니 포기가 빠른 설기도 돌아서서는 먹이를 먹으러 간다.

다섯시 반에 설기를 데리고 슬슬이를 타고 나서는데 빗방울 하나둘 듣는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기왕 나선 길 --- 짧게 한 바퀴 돌고 와도 설기는 좋단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가고 이렇게 후기를 남긴다. 황선생께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동네한바퀴0924  (0) 2011.09.24
[스크랩] 0923물매화탐사실패기  (0) 2011.09.23
[스크랩] 3박4일나드리  (0) 2011.09.19
[스크랩] Tolerance  (0) 2011.09.16
[스크랩] 풀뜯는설기  (0) 2011.09.13

15일 아침 6시 설기랑 산책나드리. 벼들은 이제 노랗게 익어가고.......... 설기는 앞서서 뛰고 걷고 달리고 많이 앞서면 서서 '어느쪽으로 갈 거냐?'며 나를 기다리고....... 그렇게 우리는 토끼뜰 農路를 달린다

유탕쪽 산위에 여명이다. 구름에 쌓이고.........

유탕여명1-0940.jpg

 

유탕여명4-0965.jpg

 

10시반이 넘어 집을 나와 40여 분을 걸어서 터미널에서 11시 30분. 포천행 출발  3시에 센트럴에 도착. 3호선 전철로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 강변역에 내려 일동행 버스로 다시 환승. 5시에 일동에 내려 임과장의 마중을 받아 센터행. 모두들 반가와하신다.

선테안개-0971.jpg

6시에 저녁을 먹고 7시반에 초등학교 아이들과 수업. 23명의 아이들이 잘도 듣는다. '끌어당김의 법칙' 마침 경인방송에서 와 수업장면을 녹화하고 있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프로그램에 오를 거다. 몇 분이나 할애될지?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동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안개 자욱한 센터를 떠나 일동에서 동서울행 버스에 오르며 보니 8시 13분이다. 졸다가 동서울에 도착해 보니 9시 15분이다. 오면서 승이와 통화. 점심을 하기로 약속. 집에 오면 내 색시는 없을 거라 했다. 공부하러 가니까. 반가와하시는 수위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현관문을 여니 가족의 훈기가 물씬 묻어온다. 따스하다.

오전을 빈들거리다 점심때 승이를 만나서 장한평행. 맛있는 부페 한식을 점심으로 먹고 기정이까지 만나 야그를 나누고 을지로3가행. 망가진 현관문 열쇠를 사기 위해서다. 두 벌을 사들고, 장성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3cm 경첩을 10개 사고, 미니 세면대의 자동폼업을 사들고 귀가.

오후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다 5시 40분에 색시와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5시 출발. 광화문을 빠져나오려는데 입구에 住皇城 유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황성문장-0987.jpg

 

주황성회-0993.jpg

 

주황성鼓2-0979.jpg

 

주왕성고-0972.jpg

住皇城鼓

주왕성1-0973.jpg

 

주황성2-0975.jpg

돌유물

돌-0984.jpg

이 유물은 벼루를 닮았으나 용도를 알 수가 없다. 면이 매끄러운 것을 보면 벼루는 아닌 성 싶다

돌1-0985.jpg

 

수레-0981.jpg

이 유물은 튼튼한 마차

 

8번출구 계단 아래에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사진으로 정리해 놓고 있었다.

현대사2-0991.jpg

김구 선생 얼굴도 보이고 문익환 목사도 보이고 윤동주도 보이고 전태일도 보이고 유관순도 보이고 우리 현대사를 수놓은 이들을 모아 놓았다.

현대사1-0978.jpg

 그리고 한 켠에는 독도 모형이 유리상자 안에 갇혀 있다.

독도모형-0976.jpg

 

6시에 색시를 만나 8번 출구에서부터 해매기 시작. 역시 서울은 낯설다. 구세군회간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그 안 골목에 '나무가 있는 집'이 있다는데 광화문 8번 출구 운운했으니 너무 먼 거다. 그냥 신문로 구세군회관 뒷골목이라 했으면 그런 혼동은 없으렷다. 찾고 찾아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예약석에 앉아 기다리니 그들이 온다. 이제는 다 제대할 처지다. 재홍씨는 벌써 했고, 진철씨도 지난 8월에 제대해서 이제 25일이면 첫 연금을 받아 볼 거란다. 종휘씨는 내년 2월이고.......... 최교장만 사오년 남았나 보다. 교육청에 들어가 오늘도 회의차 참 바쁘단다. 그냥 얼굴만 비치고 간다.

내 색시가 저녁을 산다니 그들이 의아해 한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는 눈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토. 그동안 돌봐주셔서 고맙다는 뜻이라고. 맛있는 저녁을 막걸리와 함께 즐기고 12월 16일을 기약하고 석별.

돌아오는 길에 색시와 걸어서 광화문을 구경하는데,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야외공연이 막 끝나가고 있었다.

세종회관1-0994.jpg

서린동에서 우리 둘은 택시를 타고 귀가. 날씨가 아직은 더워서 씻고 나니 살 것 같다. 곧바로 나는 자고 아이들과 색시는 희희낙낙. 만나면 참 즐겁게 얘기들을 한다. 잠결에 들어도 참 좋다. 내 복이다. 감사.

 

다음날. 토요일.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색시는 빨래며 집안 정돈에 바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색시의 해드폰을 손본 것 하나. 5시 40분 '시간있어요' 모임차 집을 내가 먼저 나서고. 코앞 소월아트홀 맞은 편 '화로구이'집행. 도착하니 벌써 요한형제내외가 와 있다가 반가와한다. 방이 따로 있느냐니까 전화에서는 있다더니 실제 와 보니 없다. 이제 와서 탓하면 뭐하나? 그냥 참는다. 물론 큰형이 못마땅해 하신 건 물문가지. 왕십리 5거리 길이라서 해맨 분 신부님, 암브로시오. 내가 보기에도 8번 출구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7번 8번이 모두 왕십리 역쪽을 향하고 있으니, 그 중 하나인 8번은 한양대쪽으로 나 있어야 합리적일 듯싶다. 오늘은 요한 형제가 아들 회계사 합격과 취업 턱으로 빨랑카를 하시고............  2차는 왕십리 민자역사를 돌다가 4충 발코니에 자리잡았다. 위치가 시원하고 참 좋다. 마트에 가서 음료를 요한 형제와 함께 사와서 둘러앉아 한 시간여를 이약이약하다가 각자 갈길 찾아 헤어지고 우리는 걸어서 귀가.

 

희준이는 와 있고, 희선이는 친구를 만나러 갔단다. 딸아이가 제 동생이 취직을 했다고 양복을 한 벌 맞추어 준다고 오전에 데리고 나가는 걸 알고 있었던 우리다. 양복은 물론 와이샤쓰까지 두 벌 맞추어 주었단다. 누나 역할을 톡톡히 한 거다. 내 색시는 참 흐뭇해 한다. 나라고 다를까? 아이들이 이제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9월 18일 아침. 둘째의 생일이다.

식탁1-0998.jpg

 

식탁2-1001.jpg

한식조리사인 내 색시가 준비한 아들 생일상이다

아침 후에 케일자르기.

아들2-1004.jpg

고슴도치가 제 새끼를 보고 함함하다고 한다는데 내 눈에는 아들이 이쁘다, 참 잘 생겼다

 

11시 색시를 따라 OBF색소폰동호회엘 갔다. 회원들이 참 반갑게 맞아 인사를 해 주신다. 비밀번호를 몰라 애를 쓰다쓰다 겨우 찾아 윈맥스에서 곡을 구입해 주고 나는 2시반차로 하향. 집에 오닌 6시가 갓 넘었는데 벌써 아버지는 저녁을 들고 계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설기란 녀석이 반갑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이다. 그렇게 내 3박4일 나들이는 끝났다. 기분좋은 피곤이 몰려온다.

 

제일 큰 수확. 밝은 색시 얼굴을 본 거다. 색시가 밝아보이니 나도 마음까지 밝아온다. 색시께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0923물매화탐사실패기  (0) 2011.09.23
[스크랩] 0919하루일정  (0) 2011.09.19
[스크랩] Tolerance  (0) 2011.09.16
[스크랩] 풀뜯는설기  (0) 2011.09.13
[스크랩] 0829시장풍경  (0) 2011.08.29

 

Tolerance 2011 Oil on Canvas 162.1x130.3cm

출처 : (사)CGart, 풍덩예술학교, 청소년행복세상
글쓴이 : 드리미 원글보기
메모 :

황선생님 이거 그림이라는데 그림 맞는가요? 이렇게 정밀하게 그릴 수도 있는 건가요? 사진으로 보요. 함 봐 주세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0919하루일정  (0) 2011.09.19
[스크랩] 3박4일나드리  (0) 2011.09.19
[스크랩] 풀뜯는설기  (0) 2011.09.13
[스크랩] 0829시장풍경  (0) 2011.08.29
[스크랩] 명옥헌과소쇄원길  (0) 2011.08.26

 

 

 

 

설기는 우리집 개이름이다. 나와 슬슬이를 타러 가면 그는 들에서 풀을 뜯어 먹는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던데 정말 개가 풀을 뜯어먹는 거다.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3박4일나드리  (0) 2011.09.19
[스크랩] Tolerance  (0) 2011.09.16
[스크랩] 0829시장풍경  (0) 2011.08.29
[스크랩] 명옥헌과소쇄원길  (0) 2011.08.26
울아버지  (0) 2011.08.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