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갑자기 하기 싫은 일이 있다. 까닭도 없이 그냥 그 일이 귀찮아질 때가 있다. 그냥 내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어제의 내가 그랬다. 그래서 황선생을 만나 부침개를 먹으며 말이 나온 김에 제안을 했다.
"내일 바쁜가요?"
"아니, 별일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곧장 작당을 했다.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기로............ 그래서 11시 50분에 황선생이 내집엘 오기로 했다.
물론 가기 싫은 약초실습강의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사전 조치를 해 놓고 말이다. 주민센터 효순씨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하고, 모암 선생께는 멀리 있어서 못 간다고 따르릉을 해 두고................. 그랬다. 그리고는 혼자 씨익 웃었다. 이것이 바로 양심의 문제인가?
오늘 11시 반. 황선생이 좀 일찍 도착. 그대로 출발. 담양쪽으로 가기로 했기에 내가 왈,
"오늘은 담양에 가서 창평국밥을 먹을까요?"
했다. 황선생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이유인즉 그곳의 국밥은 고기가 잡고기를 모아 놓은 거란다. 맛도 없단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대로 황룡시장 국밥집행. 가면서 한 가지 또 약속.
"우리 일주일에 한 번씩 장날이면 11시에 만나 홍길동체육관 실내골프장 가서 4-50분 휘두르고 가서 국밥을 먹는 게 어떤가요? 운동부족이거든요. 자전거도 이제는 좀 굴려야겠어요."
"그러지요, 뭐!"
도로밑 주차장에 애마를 세워두고......... 국밥집에서 한 그릇씩 깨끗이 비우고........... 황선생 식량을 사 들고( 검은콩, 흰콩, 현미찹쌀, 기운보리를 한 되씩 모두 금 28,000원어치) 출발 담양으로.
중간에 영신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장성에서 제일 싸다) 진원을 거쳐 대치를 거쳐 가다보니 고서면 사거리다. 우회전해서 소쇄원 쪽으로 방향을 잡고 씽씽. 중간에 죽림원엘 들렸다. 창령조씨 종택. 그런데 지금은 폐허다. 아무도 사는 이가 없다. 문화재로 열려 있을 뿐이다.
죽림원 입구에 들어서니 담장너머 가을 하늘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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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앞 연못에는 수생식물들이 자연 그대로 제멋대로 자라고 물소리가 졸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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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이 꽤 웅장하다. 한 때는 저 안에 고서들이 즐비했으리라. 그걸 펼치는 손길들이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입신양명을 꿈꾸었으리라. 지금은 다 가고 정적만 남았으니.................. 인생사 다 그러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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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사루 건물은 참 특이하다. 물론 경사면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지은 집이기는 하지만 앞쪽은 말 그대로 樓의 형식을 가져서 취사루라 명명했을 것이고, 뒤안으로 돌아가니 건물 뒷편은 취사당이다. 그냥 엉덩이를 걸치고 앉을 수 있는 마루부터 시작이다. 참 특이한 발상의 건물이다. 취사루와 취사당이 안팎을 이룬 한 건물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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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재. 이곳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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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지문. 글씨가 전형적인 안진경체. 참 단아하고 글쓴이의 성품이 깔끔해 보인다. 황선생과 나는 한참을 감탄을 하며 멍하니 우러러봤다.
'우러러 멈췄다 들어가는 문'이란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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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니 그곳에 저런 석간수가 흐른다. 한껏 멋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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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쪽에는 충효정려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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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재 전경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건 북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춥고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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