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옷이 올라 고생을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나는 어려서 산에만 갔다오면 옷이 올라 고생을 했다. 그 치료 방법이란 게 그 시절에는,

"옷은 더러워야 낫고, 옴은 깨끗해야 낫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고작이었다. 병원에 갈 생각조차 아니 하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그때마다 '벅벅' 긁어대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면 어른들이 일러주는 대로 쳐다보기도 쭈삣한 공동묘지엘 갔다. 성냥 한 갑 들고서.

사연은 이렇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옷은 '더러워야 낫는다'는 생각에 죽은 시신과 관계있는 물건들이 더럽다는 거다. 내가 어린 시절 살던 마을 곁에는 공동묘지가 집안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지고 그곳에 커다란 술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곳은 우리 아랫마을과 큰 들 사이에 돌출된 야산이었다. 지금의 내 기억에는 묘들이 여기 불룩, 저기 불룩 불거져 있고 모두가 잔디로 덮여 있었다. 그곳에 가면 탈관해서 버린 판자조각, 댓가지 들이 뒹굴고 있는 거다. 그것을 주워서 불을 피우고 그 연기를 쏘이고 나면 신기하게도 옷이 세력을 잃었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낫는 거다. 그걸 나는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

 

산에 갔다. 옷이 올랐다. 공동묘지에 갔다.

또 산에 갔다. 또 옷이 올랐다. 또 공동묘지에 갔다.

또또 산에 갔다. 또또 옷이 올랐다. 또또 공동묘지에 갔다.

------------------------------------

또또~ 산에 갔다. 또또~ 옷이 올랐다. 또또~ 공동묘지에 갔다.

 

어린 게 그러는 게 측은했던지 우리 아버지, 그냥 옷칠을 내서 내게 먹이셨다. 한 번만 고생하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는 말씀에 나는 겁도 없이 옷칠을 잘도 먹었다. 여기서 옷칠이란 참옷나무 껍질을 벗겨서 뭉쳐 닭의 배 안에 넣고 푹 끓이는 것이다. 지금 말하는 옷닭 비슷한 거다.

아니나 다를까 내 몸은 옷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온통 부어올라 내 모습이 사라질 정도였다. 그 여린 살에 옷이 안 오른 부위가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겁이 덜컥 난 나는 아마도 낑낑 앓았을 거다. 보다 못하신 우리 아버지, 나를 이끌고 예의 그 공동묘지로 가셔서는 당신 손수 불을 피워놓고 연기를 쬐이며 불을 이리 넘고 저리 건너뛰라 하신다. 눈은 연기에 매워 눈물까지 흐르지, 불은 뜨겁지, 몸은 온통 가렵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였을 거다.

 

그렇게 호되게 거의 한 달을 앓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산에 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잠재의식 때문인지 개옷나무만 봐도 피해 왔다. 웬지 무서운 거다. 과거의 고통이 내게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거다. 그 이후로 한 55년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산에도 가고 풀밭에도 가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다 우리 아버지 덕.

 

일화 하나,

내가 경기여고에 처음 부임해서 첫해 봄. 학생부 교사 모두가 대모산으로 봄놀이를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두릅이 마침 잘 자라고 있어 우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꺾어들고 음식점에 앉아 데쳐서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앗뿔사 그 두릅에 개옷나무순이 섞여 있었지 않은가! 누군가가 두릅인지 개옷순인지 구별을 못한 거다. 아니 안 한 건지? 한참 먹는 중에 내가 한 마디,

"이건 두릅이 아닌데............ 이건 옷나무야!"

열댓이나 되는 선생님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누가 그 없어진 개옷순을 먹었는지는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먹은 이는 모르고 먹었으니까. 그런데 그 선생님들 중에 유난히 가까워서 서로 눙치는 모습이 도를 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서로 시비를 못 걸어 안달이 난 정도로 보일 지경인 두 분 선생님이 계셨다. 그 두 분이 개옷순을 서로 상대가 꺾어왔다고 우기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서로 양보라고는 없는 두 분이라 승부(?)가 나지를 않았다. 마침 그 옷순은 그 두 분이 앉았던 곳의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아마도 두 분 중에 한 분이 먹었을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궁동성으로 내일, 모레 보면 안다고,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고 결론을 내고는 끝마무리를 했다. 도저히 가려낼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정말 두 분 중에 한 분이 옷이 올라 얼굴이 벌건 채로 겸연쩍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범인은 결국, 그분이 아니라 그분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다른 분이 그랬다는 걸로 결론이 나서 우리는 한참 깔깔대고 웃은 일. 그런데 정말 가슴 아프다. 옷이 올랐던 그분. 나보다 딱 한 살 아래 국어과 동료. 술 한 잔 못하시고, 남과 다툼 한 번 아니 하시고, 신소리 아니 재치로 남을 참도 즐겁게 해 주시던 그분은 지금 우리 곁에 없다. 갑자리 뇌졸중으로 타계하신 지 서너 해. 우리 일행 다섯이 그분의 묘엘 가려고 시골집 그분 큰댁엘 들렀더니 그분 형수께서 눈물바람을 하시며 우리를 산소까지 안내하시고 휑하니 가시고 만다. 얼마나 속이 상하셨으면..........

"우리 서방님, 아까워서 어쩔게라우."

 

오늘은 마침 오선생님과 황선생, 황고 그리고 나 이렇게 만났다. 토요일 수채화반에 가서 상렬이를 오랫만에 만나고 종강이래서 얼굴이라도 보이려고 들러 이약이약하다가 황고가 데리러 와서 우린 황룡장에 갔다. 가서 설기 먹이 사고 부탄가스 사고나도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따르릉으로 연락. 황선생께서 화롱장으로 오는 대신 우리가 유탕으로 가겠다고.

"그래, 나야."

"황선생님, 저 진웁니다."

"아, 아니 뭐라구요?"

"나, 진우라구요. 이거 황고폰입니다."

"아, 예 나는 황곤 줄 알고요."

"시장에서 뭐 사실 거 있나요? 우리가 사 가지고 갈 터이니 유탕 한우촌에서 만나요."

그렇게 해서 나는 양파 한 차대기, 고추 한 가마니를 사들고 출발. 목적지 한우촌에 도착해도 시간이 남는다. 안에 들어가니 사장이 황고를 보고는 반색을 한다. 한 쪽에 앉아 기다리니 황선생 차가 들어온단다. 그런데 소식이 한 동안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밖에서 우리를 기다렸단다. 내 차가 없으니 안 온 줄 알았다는 말씀. 오선생님 도착에 맞추어 입실. 애호박찌개 넷. 오늘은 황선생께서 빨랑카.

 

넷이 출발해서 백양사 설경을 보자고 하다가 가는 도중에 황선생께서 가 보고 싶은 마을이 있대서 거기로 진로 변경. 巽龍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니 마을 개들이 시끄럽다. 폐가도 하나 보고. 들고양이도 보고 등등등...............

 

 

 

 

오선생댁에 들러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고, 시원한 싱건지도 한 병 얻어들고............ 황선생왈,

"꼭 친정에 왔다가는 딸 같은 기분입니다."

 

갑자기 황고가 오선생댁으로 가는 도중에 이런다.
"오늘 옷닭이나 한 마리 삶을까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러지 뭐."

황고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따르릉을 한다. 세 시간은 삶아야 한단다. 그러니 지금부터 삶아야 한다고 서두르는 거다. 황고댁이 고생하게 생겼다. 그리고는 우리는 오선생댁에 도착. 입구에 모란을 심으려고 지난 가을에 파놓았던 구성이가 그대로 비어 있다. 내가 작은 포기 두 개를 가지고 가서 안쪽에 심고는 그곳은 아직도 비워 있는 거다. 묘목을 못 구하셨단다. 그래서 황고가 가져가기로 한 우리집에 있는 목단을 옮기기로 황고와 입을 맞추고.......... 황고왈,

"그럼, 저 빈손으로 온 거 아닙니다. 제가 다음에 책임지고 옮겨 심겠습니다."

반색을 하시는 사모님 왈,

"그럼요. 봄에 심어요." 하신다. 그 모란에도 사연이 있다. 몇 해 전 사모님과 사군자를 배우러 다닐 때 모란을 가을에 한 무더기를 드려서 옮겨 심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그만 봄에 꽃을 한 번 피우고 죽어버린 거다. 옮겨 심은 해에는 꽃을 피워도 안 되고, 가지치기도 해 주고 양분도 듬뿍 주어서 뿌리가 튼실해진 다음에 꽃을 피워야 하는 걸 모르신거다. 일러주지 않은 내 불찰이 크다.

 

장장 두 시간을 이약이약하다가 우리는 황고차에 셋이서 타고 출발. 황고는 길도 잘 안다. 아직은 눈이 안 녹아 미끄러운데도 황고는 운전을 참 안전하게 잘도 한다. 장성에 거의 다 와 가는데 황고가 그런다.

"두분 선생님께서 댁에 가 계세요. 제가 가서 솥째 들고 가지요."다. 편안한 자리에서 바글바글 끓여가면서 먹는 게 제맛이란다. 우리가 좋다니까, 한우촌 출발지점에 우리를 내려준 황고는 떠나고..... 황선생과 나는 우리집으로.

 

그렇게 해서 나는 제대로(?) 된 옷닭을 먹게 된 거다. 한식조리사인 황고는 음식 성향에도 해박하다. 나는 달라는 그릇만 챙기면 되었다. 고기도 먹고 누런 국물도 먹고 우리아버지, 황선생, 황고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실컷 먹고 나도 반이 남는다. 황선생은 국물이 좋다고 네 그릇이나 드셨다. 황선생 왈,

"장작이네.........."

그런데 나는 그 말씀을 한 귀로 흘려 들었다. 황고는 그릇을 바꾸고 영업집이니까 큰솥을 가져가라니 옮기면 음식맛이 떨어지니 그대로 두고 먹으랜다. 그래서 내가 황고도 가고, 황선생도 가고 나서 뒷설거리를 하면서 보니 아니 이건 정말 장작이었다. 누런 장작 이 넷, 그리고 작은 가지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많이 넣는 거는 금시초문이다. 그리고 그것도 생옷 같아 보였다. 막걸리도 여러 잔 했으니............. 그러니 내 체질로 견뎌낼 수가 없을 수밖에... 더구나 연로하신 아버지, 황선생, 황고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이러니 뭐 팔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연만하신 아버지가 괜찮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나머지를 끓여가면서 아버지와 나는 끼니때마다 한 그릇씩 먹었다. 그러다 어제부터 사단이 난 거다. 팔에 옷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설마 했는데 그런다. 황고가 득달같이 약국에 가서 약을 사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음식점 옷은 옷이 아닙니다. 이 정도는 돼야 옷이고 약이 되지요." 하고는 웃는다. 그러싸해 보여 나도 같이 웃는다.

어제밤부터는 심각하다. 두 팔굼치부터 손목까지, 두 허벅지부터 발목까지가 온통 시뻘겋게 발진이 보인다. 가렵다. 많이 가렵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는 나는 아니 먹고 아버지만 드렸으니 아직도 두서너 그릇은 남아 있을 거다. 참 많기도 하다. 필암서원 공부를 마치고 <고향나들이>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 얘기를 했더니 그곳 사장님 꼭 황룡보건소에 들렸다 가란다. 갔더니 의사 선생님 왈,

"아주 심하시군요. 몇주 고생하셔야겠는데요."

"몇주씩이나요?"

그리고는 주사도 놓아주시고, 약도 5일 분을 지어 주시며 하시는 말씀,

"매일 오셔서 주사 맞으세요."다.

 

그리고 치료비 일금 900원. 내가 놀라니 그냥 웃으신다.

 

내 팔

  

차마 거시기해서 다리 허벅지는 찰칵을 포기했다

 

사실은 그냥 개기려고 했다. 그래야 확실한 면역이 생길 거 같아서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황룡보건소가 손에 잡히는 게 아닌가!

 

내가 옷닭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렇다.

옷닭은 위의 기능을 강화해준단다. 나는 선천적으로 약한 위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명절이 되면 떡을 먹게 되고 떡을 먹으면 꼭 나는 신트림을 한다. 고약한 트림이다. 그게 나는 싫다. 과학적으로 분석(?)을 하면 아마도 나는 가루를 소화시키는 능력이 모자랄 거다. 밀가루 음식을 즐겨하지 않는 거를 봐서도 그렇다. 그런데 거기다 우리집 병력.

선비께서는 위암으로 작고, 외삼촌께서도 위암으로 작고, 내 여동생도 위암 수술을 한 병력. 그러니 내게도 위암 인자가 있을 거라는 거다. 암의 90%가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믿고 있는 나니까 거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옷닭을 먹은 거다. 어릴 때 옷칠을 해 먹어서 면역이 있다고 생각한 나는, 서너 달 전에 광주의 옷닭집에서 옷을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고 멀쩡했다. 그걸 믿고 그냥 먹은 거다.

 

이번에 병을 이겨내고 나면 아마도 영구히 면역이 생기리라. 남들 말이,

"옷은 말려서 끓이면 괜찮아요. 생옷은 안 오르던 사람도 오른답니다."

그게 아마도 사실일 거다. 그런데 나는 이제 생옷도 안 오를 거다. 그걸 위해 약까지 득달같이 사들고 온 황고에게 감사하며 몇주 고생을 해야겠다.

 

대신에 술은 금물 - 전국적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번지게 한단다.

몸을 덥게 하지 마세요 - 이 추운 겨울에 어쩌라고?

물을 많이 마시세요- 이건 할 수 있겠다. 자 물 마시러 가자, 아자아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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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늦게, 늦어도 한참 늦게 장가를 들었다. 내 나이 설흔하고도 일곱. 우리 부모님 애를 많이도 태워 드렸을 거다. 태웠다가 아니고 태워 드렸을 거다라고 한 것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곁에서 뵙지를 못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내가 고향을, 우리 나이로 스물하나에 떠났으니 서울에서 16년을 산 때였다. 내 엄친께서는 스물여덟에 나를 낳으셨으니 그때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 또래셨다. 어머니께서는 한 해 아래셨으니 두 분 모두 환갑을 훨씬 넘기신 때였다. 그러니 그 시절에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거기다 나는 8남매의 위로 누나 한 분 모시는 장남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게 선을 보게 하신 딱 한 번을 제하고는 장가가라는 말씀을 단 한 번도 내게 직접 하신 적이 없으시다. 말씀은 없으셨지만 그 속마음이 오죽하셨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가 그렇게 늦은 것은 참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결론은 이거다. 지금의 내 아내 소정을 만나려고 하늘이 내게 기회를 늦춰준 거라는 거다. 선인들은 그걸 緣分이라고 했다. 그 연분을 기다리느라고 그렇게 늦은 거라는 거다. 그렇게 만나서 우리가 산 세월이 서른 해다. 그 결과 예쁜 딸 하나, 듬직한 아들 하나. 우리는 그 아이들을 보면 그냥 마냥 행복하다.

 우리 예쁜 딸이고,

 IMG_4891.JPG

 

우리 듬직한 아들이다.

 

우리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딸아이가 우리 30주년 기념일이라고 맛있는 저녁을 <포도식당>에서 사 주더니 캐익까지 사들고 와서 이렇게 촛불까지 환하게 밝혀 준 거다. 아들아이가 곁에서 내 손전화로 찰칵한 거다. 내 표정이 재밌다고 아이들이 막 웃는다. 그리고 딸아이는 그게 마음에 든다고 내 손전화를 달래더니 제 손전화로 사진을 전송한다. 아마도 그 사진을 들여다보며 딸아이는 또 예쁘게 웃을 거다. 내복 바람에 발까지 내놓고.......... 조금 거시기하다.

 

 

여기까지가 저녁때 일이고.......

 

앞서 낮에는 내가 축구센터에서 지난 밤을 보내고 들어와 아내에게 준 선물. 샤넬5. 그 조촐한, 아니 미약한 선물에도 아내는 참 좋아한다. 그리고 아내가 참 좋아하는 색깔의 장미 서른 송이. 꽃배달을 시켰더니 그렇게 꽃을 받아 보는 게 참 좋단다.

 

저녁을 먹고 같이 들어온 딸아이 눈이 커지고 탄성이 터진다. 와아, 예쁘다앙. 부럽다는 야그다. 지는 나중에 더 예쁜 걸 받을 거면서..........

 

 

 

그렇게 내 아내는 소박하다. 작은 것에도 감탄할 줄 알고, 고마워한다. 아내와 딸아이 아들은 내게 욕심을 절대 부리지 않는다. 내 능력을 알아서고 내 취향을 속속드리 알아서일 거다. 나는 그래서 항상 고마워한다.

 

나는 아버지를 모신다는 핑계로 아내와 아이들과 300km나 멀리 떨어져 산다.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아쉬워한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연만하신 아버지 혼자 시골에 계시는 것을........... 우리 가족 모두가 애교스런 투정(?) 말고는 잘 이해해 준다.

 

"아내를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당신 내려갔잖아?"

"아가는 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어........."

 

이구동성으로,
"안 돼!"

그러면 내가 어쩔 것인가? 아버지 혼자 계시게 하는 수밖에. 그런데 나는 지금 아버지와 매일 겸상을 한다. 이게 다 우리 세 가족의 희생 덕(?)이다. 그리고 원래 말수가 적은 내가 아버지께 수다를 떠는 시간이기도 하다. 과거의 얘기는 나보다 아흔하고도 다섯이나 되신 아버지가 더 잘 기억하신다.

그래서 나는 서울나들이를 해도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많아야 사나흘이다. 어떤 때는 당일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길었다. 12일에 센터에 가서 신체검사를 하고, 13일에는 혼인기념일이라고 아들이 사 준 표를 들고 아내와 함께 <밋션임파서블4>를 보고, 14일에는 치과에서 고문을 30여 분 당하고, 초등학교 벗들을 만나고, 15일에는 르망팀을 만나고, 16일에는 경기여고팀을 만나고, 17일에는 2시에 주영이 혼인에 잠깐 얼굴을 내밀고, 그 길로 센터 송년회에 참석차 포천행, 18일 하루 쉬고, 19일에는 어머니 제사를 모시고, 20일 9시차로 하향, 2시에 약초강의를 듣고 그랬다. 참 숨이 가쁘다.

 

아내는 내가 있는 여드레 동안 참 많이도 나를 위해 주었다. 참 오랫만에 같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힘이 들었을 터인데도 대놓고 불평 한 마디 안 한다. 내가 참 귀염을 많이도 받았다는 야그다. 아내는 어머니다. 남편은 애고. 그래서 나는 애고, 소정은 어머니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모른다. 나도 어머니인 소정의 사랑을 반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자식이 부모의 사랑을 모르는 것처럼 내가 그렇다. 치과의사인 현이씨가 한 말,

 

"참 많이도 놀랐어요. 그렇게 씩씩하시던 소정 선생께서 그 정도 이 치료에 힘들어 하시다니요."

 

그 말인즉슨, 내 아내도 이제는 팔팔한 청춘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그걸 모를 리 없지만 하나도 보탬이 되어 주지 못한다. 그저 멀리서 말뿐이다. 흔히 남자들이 하는 말,

"아프면 병원에 가 보지, 미련을 떨기는.........."

그것도 나는 가까이서도 아니고, 멀리서 전화로 그런다. 그러나 속마음은 아프고 미안하기 그지없다. 아플 때, 아니 젤 긴요할 때 곁에 있어서 흰죽 한 그릇 끓여주지도 못하면서 입은 살아가지고......... 그런 나는 지금 코가 시큰하다.

 

아내에게

 

곱던 손 내려다보며 어머머 이 잔주름

곁에서 듣는 가슴 싸아하고 안쓰러워

이 못난 남정네 곁에 머물었던 탓이지

 

"여보오, 많이많이 더 많이 사랑해요." 

출처 : 문례헌서울사대국어과22
글쓴이 : 진우김홍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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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장날이다. 황선생은 나를 데리러 내집으로 오기로 해서 기다리자니, 황고가 따르릉을 해 왔다. 나를 데리러 오겠단다. 장에서 만나자고 만류하고 있는데 그냥 그가 왔다. 참 오랫만이다. 겉보기에는 참 많이 좋아졌다.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설기를 진단하고 있는데 황선생 도착.

 

난감하다. 황선생 차가 두 사람 탑승, 뒤는 짐칸. 사람은 셋. 그래서 황고는 짐이 됐다. 그렇게 우리는 황룡장엘 갔다. 도착해서 다리 밑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시장에 들어서는데 황선생 얼굴이 금방 밝아진다. 이건 비밀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우리끼리만 알기로 하고...........

 

늘상 다니던 국밥집에 들려 우리는 머리국밥 세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이약이약하다가 오늘 일정을 백양사로 잡기로 했다. 황고가 찰칵을 가져오고......... 또다시 황고는 짐짝이 되고, 황선생께서는 신경쓰셔서 운전을 하고, 장성호 상류가 몸체를 드러내 그곳에 달려가 정차. 그리고는 찰칵.

 

수채화용으로 찰칵했으나 신통치가 않다

풀-0748.jpg

 

백양사 가는 길

 

단풍과 감나무가 잘 어울렸다(이게 차라리 수채화용으로 더 낫다)

풍경-0760.jpg

갈참나무 

갈참나무-0793.jpg

단풍길

길-0797.jpg

나무 끌텅

나무-0803.jpg

고불총림백양사

백양사-0830.jpg

 절과 백양사

백양사-0833.jpg

 

백양사-0839.jpg

 운무 속 학바위

백양사-0841.jpg

 

백양사-0859.jpg

 

학바위-0769.jpg

 

학바위-0802.jpg

 

학바위-0845.jpg

 

학바위-0864.jpg

 

학바위-0869.jpg

 

학바위냐 운무냐

 

신선은 사람이냐 깃같은 羽化登仙

저 멀리 학바위는 신선의 굴이던가

雲霧 속 거닐던 임은 태고적의 그림자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메모 :

 

화롱시장의 오리들

담배 마는 손길

담배도 무아지경이 되네

나중에 우리가 들렀던 '술이랑'집 주인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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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뒷끝

 

푸르던 볏잎자락 알갱이 쏟아내자

새하얀 구름되어 봉우리 피어나고

나그네

외로운 심사

먼 발치서 감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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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새단장1005  (0) 2011.10.06
우리집20111005  (0) 2011.10.06

8시반. 아침 미사를 마치고 막 쪽문을 들어서는데 후강 선생께서 따르릉을 해 오셨다. 오늘 일정이 어떠냔다. 나야 물론 늘상 거의 비어 있는 시간 아닌가! 그래서 부랴부랴 아침을 챙겨 먹고 간편복장으로 갈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너무 껴 입는 바람에 나중에 고생하게 된다.

 

내의, 티, 방수티, 그 위에 조끼 이렇게 입었으니 말이다.

 

광주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차를 공원 주차장에 두고 버스로 갈아탔다. 도착 열 시. 신세계 앞 육교 아래. 조금 기다리니 후강 선생께서 나를 주워 들고 출발. 장장 두 시간을 달려서야 도착. 산골산골이었다. 차량들이 많을 걸 보니 사람도 많으리라. 안쪽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돌아서 나오니 이상한 집이 앞을 가린다. 무슨 드라마 촬영 세트란다. 광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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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분위기가 어느 나라 것을 가져왔는지? 통 우리 분위기는 아니다.

제일 먼저 우리가 찾아들어간 곳은 한약관이다. 약초들의 씨앗이 상자에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약초로 담은 술(?)들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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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한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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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우린 기대 속에서 한약이 소개하는 식당엘 갔다. 비빔밥에 특별히 무슨 약초가 하나라도 섞여 있기를 기대한 우리가 잘못이었는가 싶다. 그 흔한 도라지도, 표고버섯 하나 없다. 그냥 야채식이다. 실망 실망 또 실망. 그래도 어쩔 것인가? 거금 일만 이천 원을 후강 선생께서 내셨다.

비비기 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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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벅으로 비비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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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금강산도 식후경', 먹고 나니 눈이 돌아간다. 한약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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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발길을 돌릴 곳이 통합체험관이다. 한바퀴 휙 돌아다니니, 각 군에서 보건소별로 자기 군의 자랑거리를 들고 나와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선 장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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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토치트. 편백 자랑이다. 백련동농원의 편백체험학습장.

 

감국이란다. 나는 아직도 감국과 산국을 명쾌하게 구별할 수가 없다. 내 눈에는 이는 산국으롤 보이는데 감국이라 했으니 난감하다. 감국은 개체가 좀 작고 덩어리져서 꽃이 맺히고, 산국은 크고 별개로 꽃이 맺히고. 김성희 선생은 이렇게 설명하신다.

"감국, 산국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으나, 재배하고 있는 것은 대개 감국이고 산에 들에 피는 것은 산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다 그런데 그게 영 내게는 찜찜한 설명이다. 어디서 명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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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대보탕>의 약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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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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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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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기관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약용작물 종자 보급 사업이라니 한 번쯤 연락을 해 봐야겠다. 물론 홈피도 찾아들어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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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안양면 기산리 295 062-862-8958 011-9430-5177

jns5177@hanmail.net  카페 다음/ndmclove, 남도명차 노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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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청태전엘 들어가니 대한민국대표차란다. 자부심도 대단하다. <장흥다원>에서 여사장님이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꽤 오랫동안 차를 대접받으며 설명을 듣고, 우리도 언젠가 체험팀을 꾸렸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5명 10명 단위란다. 차를 와서 따면 만 원, 따놓은 차를 이용하면 오만 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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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 눈에 들어온 한지 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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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청태전3-0926.jpg 장흥청태전2-0921.jpg

찰칵을 해도 되냐니까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다. 손수 끓여서 맛을 보고 권하기도 하고 장흥 그곳에는 우리 광김 선산이 있는데 그곳에 자연차가 많이 자라고 있단다. 그곳을 개발하는 중이란다. 언제고 꼭 한 번 가 봐야겠다. 선영도 구경하고 차도 만들고 그러면 그 아니 좋겠는가! 연락처를 남기라시는데 마침 명함을 안 가져가서 할 수 없이 시조집 시디를 건네고 돌아섰다.

 

후강 선생의 애마로 오는 길에 다시 광세원 속을 구경하기로 했다. 후강 선생께서 기념 사진 하나 박으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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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정리다.

우리가 받은 서비스.

 

하나 혈압체크 - 나는 약간 높다.

둘 혈당체크 - 정상

전립선암 진단 - PSA 1.42ng/ml Normal(Abnormal : > 4ng/ml) 사실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

InBody230 : 173.5cm 체중 65.5kg 골격근량 30.4kg 체지방량 11.0kg

체성분분석 : 제지방량 단백질 무기질 모두 정상,

비만진단 : BMI 체지방률 기초대사량은 정상, 복부지방률은 경계 0.90(0.75-0.85가 정상치)

근육 지방조절 : 근육조절 +1.8kg 지방조절 - 1.1kg

 

웃음치료 부스에 가서 말그대로 쇼를 했다. 미친 녀석처럼 웃으란다. 어색하게 따라하다 보니 더워 겉옷을 두 개나 벗었다. 그들이 웃는다.

스트레스 자가 평가법에서는 나는 말그대로 꽝이었다. 함평군보건소가 내린 결론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무려 73점. 30점 미만이라야 정상이고, 60점 이상이면 스트레스량이 매우 높단다.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나 사고의 위험성이 크단다.

 

참고로 스트레스 자가 평가법

* 다음 질문을 잘 읽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점수를 서로 더해서 총점을 낸다.

1. 배우자가 사망했습니까? 20점

2. 당신은 이혼했거나 배우자와 별거중입니까? 15점

3. 가까운 친척이 사망했습니까? 13점

4. 질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습니까? 11점

5. 결혼을 했거나 헤어졌던 배우자와 재결합을 했습니까? 10점

6. 곧 자녀를 둔 부모가 됩니까? 9점

7. 가족들 중에 건강상의 중대한 변화(좋은 방향의 변화도 포함해서)가 생긴 사람이 있습니까? 9점

8. 직장을 잃거나 은퇴를 했습니까? 9점

9. 성생활에 문제가 있습니까? 8점

10.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까?(아이가 태어나거나 가족중 한 명이 결혼을 해서) 8점

11. 가까운 친구가 사망했습니까? 8점

12. 경제사정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까?(좋던 나쁘던) 8점

13. 직업이 바귀었습니까? 8점

14. 자녀들 중에 독림을 했거나, 학교를 졸업했거나 혹은 입학한 사람이 있습니까? 6점

15.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만한 어려움이 있습니까? 6점

16. 가정이나 직장에 당신이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6점

17. (여성에서) 당신은 '생리 전 긴장 증후군'의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6점

18. 당신은 커다란 개인적인 성공을 경험한 일이 있습니까? 6점

19. 당신은 최소한 2번 이상의 시차 병응ㄹ 경험한 일이 있습니까? 6점

20. 집을 수리하거나 혹은 이사하는 것과 같은 큰 변화가 가정에 있었습니까? 5점

21. 직장생활을 흔들리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어려움이 직장에 있습니까? 5점

22. 당신에게 빛이 있거나 저당이 잡혀 있습니까? 3점

23. 가벼운 위법을 한 일이 있습니까?(교통법규위반으로 딱지를 떼이는 정도의) 2점

 

* 더해진 총점이 30점 미만이라면 정상이다.

하지만 60점 이상이라면 당신의 스트레스양은 매우 높은 상태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나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2011년 통합의학박람회 함평군보건소 스트레스 측정 및 자가 평가 체험 출처)대한 스트레스학회

 

광주로 오는 길에 호방씨네 상량문 쓰기는 내일로 미루자고 연락하고 신세계에 도착해서 지하식품부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후강 선생은 가시고 나는 장성으로. 할랑할랑 서두르지 않고 이거저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부르짖고(?) 유쾌히 웃고 즐긴 하루다. 감사.

 

출처 : 문례헌
글쓴이 : 진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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