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尤齋宋相公 在謫中咏懷詩 蠻土休言歲月長 安身何處不吾鄉 風吹木葉根猶靜 霜折蘭枝意自香 多謝晦翁提我耳 須知康節刮人眶 箇中密切工夫在 鄒聖當年戒助忘 雖在風霜困阨中 有膸遇安閒底意 可見其志操 不撓堅

 

우재 송상공이 유배 중에 쓴 영회시.

 

오랑캐 땅에서 세월이 길다고 말하지 마오

몸만 편안하면 어디인들 내 고향 아니겠는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도 뿌리는 고요하고

서리가 난초 가지를 꺾어도 뜻만은 절로 향기롭네.

회옹이 내 귀를 잡아끄는 데 아주 감사하며

모름지기 소강절이 남의 눈을 비비게 함을 알았네.

이런 가운데 아주 절실한 공부가 있나니

맹가는 그때 경계함도 조장함도 잊었다네.

 

비록 풍상이 치는 곤궁 속에 있더라도 경우 따라 편안하고 한가한 뜻이 밑바탕에 있으니 그 지조가 흔들리지 않고 견고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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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洪斯文柱世 號靜虛堂 為文專尙儒家 不務詞華 而詩亦閒遠 有陶韋遺韻 甞製月課 其咏瀟湘斑竹曰 蒼梧愁色白雲間 帝子南奔幾日還 遺恨不隨湘水去 淚痕猶着竹枝斑 千秋勁節凌霜雪 半夜寒聲響玦環 啼罷鷓鴣人不見 數峰江上露烟鬟 詞極淸高 時湖洲蔡裕後 擢致上考 稱賞不已

 

선비 홍주세는 호가 정허당이다. 글을 하는데 오로지 유가를 숭상하여 말을 화려하게 하는 데 힘쓰지 않았다. 시 역시 한가하고도 고요한 중에 깊고도 멀었는데 도연명이나 위응물의 운치가 있었다. 일찍이 월과를 지었는데 소상반죽을 읊조린 것이다.

 

창오산의 근심 빛 흰 구름 사이에 있는데

임금은 바삐 남으로 갔는데 어느 날이나 돌아오실까

남은 한은 상수 따라 흘러가지 않고

눈물 흔적 오히려 대나무에 반점으로 붙었네.

천추의 굳센 절개 눈서리 능가하고

한밤중 차가운 소리 구슬에 울리네.

자고새는 울음 그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가 두세 봉우리에 놀이 가락졌네.

 

시어가 아주 청고하다. 그때 호주 채유후가 상등으로 뽑고서는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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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鄭東溟斗卿 一生多讀馬史 發為詩文者 渾浩沈雄 磨天嶺詩曰 駈馬磨天嶺 層峯上入雲 前臨有大澤 蓋乃北海云 下句全用馬史 匈奴傳 本語 而氣像雄渾 其餘古律諸篇 傑然特出 泱泱乎如擊洪鍾然 我東作者 鮮有其比 ,柏谷甞以己作示東溟 東溟曰 君常謂學唐 何作宋語也 柏谷曰 何謂我宋語耶 東溟曰 余平生所讀誦唐以上詩也 君詩中文字 有曾所未見者 必是宋也 柏谷嘆而服之

 

동명 정두경은 평생 사마천의 사기를 많이 읽어 시문을 지은 것이 크고도 넓고 깊고도 웅장했는데 마천령시

 

말 달려 마천령에 오르니

층층이 봉우리 구름 속에 들었네.

앞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모두들 북해라고 한다네.

 

아래 구절은 사마천의 사기 흉노전에 있는 말을 그대로 인용했는데 기상이 웅혼하다. 그 밖의 고시와 율시들도 우뚝하게 빼어나고 끊이지 않아 마치 큰 쇠북종을 치는 것과 같았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 그와 비견될 만한 이는 드물다. 백곡이 일찍이 자기가 지은 시를 동명에게 보이자, 동명이, 그대는 늘 당시를 배운다고 했는데 어찌 송나라 시를 지었는가?라 했다. 백곡이, 어째서 내 작품을 송시라고 하는가?라 하자, 동명이, 내 평생 당시 이상의 시를 읽고 외웠는데 그대 시의 문자 가운데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이 있으니 틀림없이 이는 송시일 것이오라 하자, 백곡이 감탄하고는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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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李澤堂植 弱冠時未有名 其妻兄沈長世宰扶安 澤堂為覬妻母而來 許筠適配其邑 筠題贈一律 其頸聯曰 皓首身千里 黃花酒一盃 澤堂次之曰 旅跡無長策 窮愁共此盃 筠大加稱賞 以為必主文 澤堂由是知名

 

택당 이식은 약관에 아직 이름이 나지 않았다. 그의 처형 심장세가 부안 원으로 있을 때 택당이 장모에게 인사차 갔다. 허균이 마치 그 고을에 유배와 있었는데 그에게 율시 한 수를 지어 주었다. 그 경련.

 

흰 머리에 몸은 천 리 먼 나그네

국화주 한 잔 기울인다네.

 

택탕이 차운했다.

 

나그네 자취 좋은 수 없고

끝없는 시름 이 잔에 담았네.

 

허균이 크게 칭찬하고는 틀림없이 문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택당은 이로 인해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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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車五山才調極高 東溟對人 輒誦其所作 華山北骨盤三角 漢水東心出五臺 無端歲月英雄過 有此江山宇宙來之句曰 天下奇才 栗谷先生 甞在江郊 五山適在座 栗谷呼韻 五山應口對曰 風健牙檣千尺直 月明漁笛數聲圓 栗谷擊節稱賞 金淸陰亦稱五山詩 高處 雖老杜無以過之 如餘寒氷結失江聲之句 今人何甞道得云

 

차오산은 재주가 아주 높아서 동명이 사람을 만나면 매번 그가 지은 시

 

화산 북쪽 봉우리 삼각산 솟아있고

한수 동쪽 한가운데 오대산이 솟았네.

쉬지 않는 세월 속에 영웅은 지나가고

이런 강산에 우주가 오고 있네.

 

라는 구절을 외우고는 천하 기재라고 했다. 율곡 선생이 일찍이 한강 교외에 있었는데 마침 오산도 그 자리에 있었다. 율곡이 운을 부르면 오산이 구술로 응대했다.

 

바람은 거센데 돛대는 천척으로 우뚝 서 있고

달은 밝은데 고깃배 피리소리 자주 들려오네.

 

율곡이 무릎을 치며 칭찬했다. 김청음도 칭찬한 오산의 시

 

고처는 비록 두보라도 이를 넘지는 못할 것이다. 남은 추위에 얼음이 얼어 강물소리도 나지 않네라는 구절은 요즘 사람들이 어찌 일찍이 말할 수 있을 것인가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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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栗谷先生 甞就洪荷衣迪家 金孝元 許篈兄弟 方在座 荷衣示近作一絕 苔深窮巷客來稀 鳥啼聲中午枕推 茶罷小牕無箇事 落荷高下不齊飛 栗谷亟賞之 仍笑曰 詩辭儘好 而落句意頗不平 何也 荷衣驚問 何以知之 先生笑曰 有參差不正齊之意 若使胸中坦平 必無此等語 荷衣笑謝曰 年少輩 果有劾公之意 搆成一文字 未了之際 偶有此吟 不謂公之明鑑至此也 此正似蔡仲郞螳螂捕蟬之意 詩之感發性情如此

 

율곡 선생이 일찍이 하의 홍적의 집에 갔는데 김효원과 허봉 형제가 마침 자리에 있었다. 하의가 요즈음 쓴 절구 한 수를 내보였다.

 

이끼 짙은 골목에 오는 손도 드문데

새우는 소리에 낮잠을 밀치네.

차 마시고 나니 작은 창에 할 일 없는데

지는 연꽃 위아래 어지럽게 나네.

 

율곡이 매우 칭찬하고 웃으면서, 시의 말이 매우 좋기는 하나 낙구의 뜻이 자못 평이하지 않으니 어째서요라고 했다. 하의가 놀라 어찌 그것을 아셨소 하니 선생이 웃으면서, 들쑥날쑥 고르지 않은 뜻이 있으니 만약 가슴 속이 평탄했다면 틀림없이 이런 등속의 말은 없었을 것이오라 했다. 하의가 웃으며 사양하고는, 연소배들이 과연 공을 탄핵하려는 뜻이 있어 문자 하나를 엮고 있다가 아직 마치지 못하고는 우연히 이 읊조림을 얻었습니다. 공의 밝은 감식안이 이 경지에까지 이르렀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라 했다. 이것이 바로 채중랑이 말한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다는 뜻과 비슷한 것이다. 시가 성정을 감발함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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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高霽峰 少時 神彩丯茸 才華飄逸 甞狎海西妓 妓為方伯所呢 臨別 書贈一律於妓裳內幅曰 立馬江頭別故遲 生憎楊柳最高枝 佳人緣薄含新態 蕩子情深問後期 桃李落來寒食節 鷓鴣飛去夕陽時 草長南浦春波濶 欲採蘋花有所思 妓別霽峰之後 在方伯前行酒 忽風颻裳幅 微露墨跡 方伯諦視之 詰其由 妓不敢諱 告以實 方伯歎曰 誠奇才也 後見霽峰之父大諫公 謂曰 君有令子 才貌雖美 行檢則虧矣 其父笑曰 吾子 貌類其母 行若其父 方伯哂之

 

고재봉은 젊었을 때 풍채가 아주 아름답고 재주도 범상치 않았다. 일찍이 해서 기녀을 사랑했는데 그 기녀가 방백과 친하게 되어, 이별하면서 율시 한 수를 기녀의 속치마폭에 써 주었다.

 

강가에 말 세우고 이별을 머뭇거리는데

버들가지 맨 윗가지 흔들흔들 얄밉구나.

미인은 인연이 다해 새 자태 머금었고

탕자 정이 깊어 훗날 기약을 묻노라.

복사꽃 오얏꽃 지니 한식인데

자고새는 석양녘에 날아가 버리네.

파릇파릇 남포에는 봄물결이 높은데

마름꽃 캘 적에 그대 생각나리.

 

그 기녀가 재봉과 헤어진 후에 방백 앞에서 술을 따랐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치마폭에 묵적이 살짝 드러났다. 방백이 그것을 살펴보고는 그 까닭을 물으니 기녀가 감히 어기지 못하고 사실대로 고했다. 방백이, 참으로 기이한 재주로다라 했다. 뒤에 재봉의 아버지 대간공에게, 그대에게는 아주 뛰어난 아들이 있더군요. 비록 재주와 용모는 아름다우나 행실을 따지면 어그러졌더이다라 했다. 그 아버지가 웃으며, 내 아들은 용모는 제 어미를 닮고 행실은 이 애비를 닮았소이다라 하니 빙백이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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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伯舅金觀察公 少時 甞遊加平最深處 見楊蓬萊詩筆 刻在岩石上 詩云 金水銀沙一樣平 峽雲江雨白鴟明 尋眞誤入桃源路 莫遣漁舟出洞行 字畫與詩格 蒼古可喜 世人罕有知者

 

큰외숙 김관찰공이 젊었을 때 일찍이 가평 아주 깊숙한 곳으로 유람을 가서 바위에 새겨놓은 양봉래 친필 시.

 

금빛 물결 은빛 모래 하나같이 질펀한데

골 구름 강의 비에 흰 갈매기 밝기도 하네.

진인 찾아 잘못 도원에 들어왔으니

고깃배 마을 밖으로 내보내지 마오.

 

자획과 시의 격조가 고아하고 예스러워 즐길 만한데 세상 사람들 중에 아는 이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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