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驪州利川兩太守 與慶安督郵 同會于驪江神勒寺 賦詩為樂 其韻卽菴嵐潭也 寺有一讀書生 適在座 倅謂曰 君亦能詩乎 書生曰 雖拙 敢不依命 卽和題曰 千門寺剎勒稱菴 冬日陰雲換作嵐 氷合大江新有雪 宛如平陸豈云潭 盖諸倅之作 以巨剎為菴 以陰雲為嵐 以雪後氷合之江為潭 故書生嘲其下語之謬 諸倅大慙而散 噫 世有强作賦咏取笑傍觀者 奚獨驪利兩倅而已哉
여주 이천 두 고을 태수가 경안독우와 함께 여강 신륵사에 모여서 시를 지으며 즐기고 있었는데, 그 운이 곧 암, 람, 담이었다. 절에는 책을 읽는 어떤 선비가 있어서 마침 자리에 앉아 있는지라, 태수가 “그대도 시를 지을 수 있는가?” 하고 물으니, 서생이, “비록 잘 짓지는 못하나 감히 명을 따르지 않으리오.”라 하고서는 즉시 화답해서 지었다.
천 개의 문을 가진 신륵사를 암자라 하고
차가운 겨울 먹구름을 아지랑이라 부르네.
얼어붙은 큰 강은 새로 내린 눈으로
평탄한 뭍과 완연히 같거늘 어찌 못이라 하누.
아마 여러 수령들이 시를 지으면서, 거찰을 암자라 하고, 먹구름을 아지랑이라 하고, 눈이 온 후의 언 강을 못이라 해서 서생이 그들의 잘못 쓴 시어를 조롱한 것일 것이다. 여러 수령들이 크게 무안해하며 뿔뿔이 헤어져 갔다. 아, 세상에 강제로 시를 짓게 해서 읊조리다가 곁에서 보는 이의 웃음을 사는 것이 어찌 여주 이천 두 태수뿐이겠는가.